또 한 명의 한국의 대가 이강소의 작품을 보면, 피카소는 세계 최고의 대가답지 않게 아주 최선을 다한 것이고 꽤 정교한 편에 속한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일필휘지, 신의 경지에 다다른 작품인 것인가? 1분 만에 천지창조가 끝나 버린 것 같은 작품을 떡하니 국립 미술관이나 메이저 갤러리에서 전시하고 그것을 또 진지하게 관람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는 또 슬금슬금 기분이 일어난다. 이런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말로는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당사자에게 말로 시비를 걸었다가는 금세 주도권을 뺏기고 1라운드 K.O 될 것이다.
섬으로부터, 2005, oil on canvas, 162 x 130cm
허무하다 못해 화가 나는 그런 작품들을 소개할 때는 대개 세계 유수의 미술관 전시경력이 포함되고 길고 긴 이력이 붙는다. 그리고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나와서 거의 암기한 듯한 대사로 작품의 깊이와 가치에 대해 찬양한다. 그런 권위 있는 사람들의 인정이 반복해서 축적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받아들이는 척이라도 하는 것 외에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분위기를 감지한다.
섬으로부터, 2004, oil on canvas, 85 x 85cm
작품의 내용은 허虛, 기氣, 리理, 도道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존의 근대적 스타일의 미술은 주관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남에게 강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나의 작품은 어떠한 구체적인 형태를 통해서 의미를 한정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그런 것들은 충분히 했고 지겨우니 감상자에게 상상과 해석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이다.”
강에서 From a River-99184, 1999, Acrylic on canvas, 259 x 194 cm
작가는 소통을 강조한다. 작가의 의도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과 함께 찾아가는 예술이 그의 목표이다.
그렇게 위대한 그의 작품들은, 노장 대가의 엄청난 권위와 화려한 커리어를 어깨에 올려놓고 자유롭게 상상하라고 사람들에게 압박한다.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펼치라고. 너보다 훨씬 더 뛰어난 사람들은 이 그림의 진가를 알아본다고.
청명 Serenity-16132, 2016, Acrylic on canvas, 194 x 259 cm
물론 진짜로 자유로운 상상이 되고 그 그림이 너무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겠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보다 강요당하는 사람, 그리고 권위에 짓눌려 애써 그 흐름에 올라타려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생각한다.
예술이란 그런 것이다. ‘분위기’와 ‘권위’로 사람들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자유로운 상상을 하라고 명령하는 것.
예술은 권위 앞에 엎드리는 것이다
예술이라는 것은 그렇게 결국 권위에 의존하고 권위에 머리 숙이고 무릎 꿇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면 자존심이 상하고 날 것의 모습이 그다지 멋있어 보이지가 않는다. 그래서 갖은 방어기제를 통해 만들어진 온갖 그럴듯한 이유들을 갖다 붙이는 것이다. 그 과정이야 말로 진정 예술적이다.
예술은 자신을 교양이 부족하고 경제력 수준이 낮은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시키는 고급 취향이다. 보통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고 알아보지 못하는 것을 교양과 학식이 높은 자신은 그것을 알아보는 계급에 속한다고, 내가 대단한 사람임을 간단하게 증명하는 가격에 그것을 컬렉팅 하는 방법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물론 그런 속물적인 이유와 의도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저 순수하게 재미있고 지적인 만족과 성취감을 주는 취미 문화생활로 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그런 의도들과는 별개로 현실적인 결과는 그렇게 된다.
작가의 이름값이나 거대하게 요새화된 권위에 엎드리는 것이 아니고 무언가 진정한 예술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이 진짜로 있는 것이라면, 무명작가에 의해 제작된 작품에도 감동을 느끼고 그것의 진가를 알아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하지만 그런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 (가끔 일어날 뿐이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해도 그저 “수고했어!”, “최고예요!” 감동만 하고 끝이다. 작품을 살 때는 결국 유명한 작가의 이름값을 산다.
작품만 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구분 기준이 없다
축구는 프로 선수와 동네 축구와의 수준 차이가 분명히 있다. 음악도 톱 가수와 노래자랑 아마추어와의 구분 기준이 분명히 있다. 그것은 누구나 다 느낀다. 하지만 미술에서는 그런 것이 없다. 그냥 네임 밸류와 등급만 존재할 뿐이고, 그것에 의존해서 우리는 매뉴얼에 따라서 감동량과 감동표현을 조절할 뿐이다.
이름표를 떼고 나면 대가가 깊은 사유를 가지고 대충 싸지른 그림이나 그냥 아무개 씨가 따라서 대충 흉내 낸 그림이나 작품 자체가 전달하는 느낌은 차이가 없다. 물론 껍데기는 차이가 없어도 함유하는 사유의 내용이라는 결정적 차이가 있기는 하다. 현대미술의 포인트가 그 지점인데 그것에 대해서는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