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경섭 Apr 09. 2024

예술가에게 뭐가 중요한 것인디?

원래 예술이 그런 것이다


정교한 기술의 제시와 정직한 땀 흘림 만이 소중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착오적인 가치와 집착일 뿐이다.

 

정교하고 정직한 것이 아니라 진부하고 미련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아주 보잘것없고 사소한 것에도 신선하고 깊은 사유를 담아낼 수 있는 그 창의성과 능청스러움에도 가치를 부여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 가치의 우열은 누가 정할 수가 있는 것이냐? 하고 생각하면 나도 인정하게 되고 어느 순간 설득이 되기도 한다.


원래 그렇게 뻔뻔스럽게 하는 것이 예술가의 진짜 능력이다. 누군가는 ‘욕 처먹을 용기’라고도 표현했다. 그렇게 말도 안 돼 보이는 것을 가지고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것이, 진짜로 설득시키든지 아니면 이해한 척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서 강제로 설득당한 척 시키든지 간에, 그것 또한 예술의 본질이고 맛과 매력이라면 그 말도 맞다.


0.1을 백만으로 만드는 것이 예술의 묘미인 것임을 알고 인정하지만, 그래도 나는 결국 폭발하고 만다. 한국의 대가인 이우환과 이강소, 이배, 세계적 마스터인 윌렘 드 쿠닝, 싸이 톰블리, 크리스토퍼 울 등의 작품을 보면 나는 아무리 그럴 수 있다고, 내 기준은 내 기준일 뿐이라고 해도 결국 또 나는 혈압이 올라가고 만다.


이우환


이강소


이배


윌렘 드 쿠닝


확인할 수 없는 진실


화가 중에 싸이 톰블리를 가장 좋아하고 존경하며 그를 닮고 싶다는 사람도 있고, 크리스토퍼 울의 낙서마냥 막 싸지른 추상 작품을 극찬하며 그 이유를 시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싸이 톰블리


크리스토퍼 울


그때 나는 “와 진짜로 이런 작가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기는 있구나! 신기하네…”, “내 기준으로만 판단하면 안 되는 것이구나.”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그들의 진심이었는지 허세였는지 허세를 진심으로 스스로 믿은 것은 아니었는지가 궁금하다.


그들의 작품을 정말로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뭐라 할 수도 없고 존중해줘야 한다. 내 생각과 같아야 한다고 하는 것은 얼마나 독선적이고 폭력적인가? 그들의 입장에서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눈앞에 현시적 존재로서 나타나는 것이 아닐 텐데, 느껴지는 있는 그대로를 문학적 감성으로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위선적이고 가식적인 이들을 바라보는 듯한 시선이 폭력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 꼭 물어보고 싶다. 그들의 이름값을 빼고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 아니어도, 그렇게 비싼 작품이 아니어도, 그저 무명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도, 또는 분위기가 아무도 그 작품을 좋아하거나 인정하는 사람이 없어서 나 혼자 좋아한다고 하면 외롭고 정말 이상한 사람 취급당할 그런 분위기인데도, 이런저런 것들 다 제외하고도 그 작품을 그렇게 좋아할 수 있는지가 궁금하다.


물론 별로 대답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집요하게 쫓아가서 질문하면 안 된다는 것쯤은 안다.

만약에 혹시라도 그들의 작품을 갖고 있는 컬렉터라면, 그 지점에서는 나는 더 이상 무례하게 굴면 안 된다. 그것은 오히려 나는 이해가 간다. 나라도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만약에 대답을 해준다고 해도 그것이 중요하지는 않다. 그 대답이 정말 솔직한 대답인 것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냥 정말로 궁금한 것이다. 어차피 들을 수도 없고 확인할 수도 없지만 그 사람의 생각이 정말로 그러한 것이라면, 내가 편협함을 내가 모자람을 인정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알 수가 없다. 미술은 그런 것이다.

이전 02화 사이비 교주와 위대한 예술가의 공통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