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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youvely Jul 17. 2022

청첩장 2분만 일찍 알았더라면

청첩장 A-Z 편

이제 급한 일은 지나갔어요. 이제는 이걸 선택해주시면..


결혼 준비는 현실이란 말보다 선택의 늪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나를 결정하면 또 다른 결정을 내려야 하는 저주에 걸린 듯하다. 선택지가 있다는 건 한없이 행복한 일이지만 미루는 성격이 아닌 나로선 해야 할 일로 다가왔다. 가장 쉽게 생각했던 청첩장이 내게 이런 시련이 다가올지 모른 채로.


@unsplash _ Greyson Joralemon


결혼 준비 편을 보면 왜 시련이라고 했는지 알 것이다. 무엇하나 순탄하지 않았던 과정으로 심신이 지친 상태였다. 청첩장은 업체를 대면으로 상담해야 하거나 시간 제약이 있는 게 아니라 마음이 놓였다. 지인의 조언에 따라 세 달 전부터 종이 청첩장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급하게 하객들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보다 여유롭게 종이 청첩장을 전하고 한 달 전쯤 모바일 청첩장을 전달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서로 다른 우리가 맞춰가는 방법


청첩장을 어느 업체에서 해야 할지 뭐부터 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유튜브, 블로그, 웨딩카페 검색을 통해 되려 정보의 홍수에 빠졌다. 예쁜 건 많고 골라야 할 건 하나라니 머리는 복잡해져만 갔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선택이 아닌 우리에게 만족스러운 청첩장이어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때 사용하는 방법으로 단 한 가지 조건을 생각한다. 예비 신랑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스타일을 원했고 나는 청첩장을 펼쳤을 때 달력으로 표기되어 직관적인 페이지가 있는 걸 원했다. 한 가지씩으로 추렸지만 두 가지를 만족할만한 청첩장이 없었다. 실물로 보자는 판단 하 업체별로 청첩장 샘플을 주문했다.


놀랍게도 생각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예쁘다란 감탄과 함께 종이가 얇아서 놀라거나 크기가 작다거나 만져봤을 때 질감이 좋지 못하다거나 샘플을 신청해야 하는 이유를 깨달았다. 비싼 청첩장임에도 이게 왜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경우도 있었다. 업체별로 마음에 드는 청첩장을 고르고 토너먼트 형식으로 최종 선택을 받은 3개가 남았다.


어느 청첩장을 고르게 될까.

좌측에 있는 건 예비신랑은 속지가 입체적인 크리스마스 카드가 떠오른다는 의견을 전했다. 일리가 있단 판단 하 두 개가 남았다. 우측에 있는 건 군더더기 없는 전형적인 청첩장이라는 게 재미없고 심심한 인상을 준다고 의견을 표했다. 최종 선택을 받은 청첩장은 손으로 집고 있는 샘플로 결정했다.


청첩장에 기재해야 할 정보를 입력하다가 인사말 부분에서 멈춰 섰다. 작가가 아닌 저자로 불리고 싶은 욕구를 표출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란 생각이 스친 것이다. 욕심은 화를 불러온다 했던가. 예비신부, 예비신랑 이름으로 사행시를 짓는 게 유행이라는데 예비신랑이 손사래를 치는 바람에 무산됐다. 무난하지만 우리만의 특색 있는 인사말을 정하고 싶다는 압박감이 치솟았다. 연예인은 어떤 인사말을 썼을지 문득 궁금해졌다.


박지성 선수는 "끝나지 않을 경기. 손 꼭 잡고 함께 하고 싶은 서로를 찾았습니다. 뛰는 가슴으로 초대장을 내밉니다. 그 시작을 응원해주세요. " 김무열, 윤승아 배우는 "너라는 변수를 만나 나는 너무나도 내일이 기대되고 행복해. 반이었던 나의 내일이 기대되고 행복해. 반이었던 나의 내일을 그렇게 마는 너는 이제 우리를 하나로 만들 건가 봐. 어렵게 말만 늘어놓네 사랑해 이 한마디면 될 걸"


막막해하는 내게 예비신랑이 이윽고라는 단어가 포함되면 좋겠어라는 말이 신호탄이 되었다.  '너의 모든 순간'이란 노래를 부르며 프러포즈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서였을까. 평범하지만 우리만의 스토리가 담긴 한 문장이 만들어졌다. "이윽고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만났습니다."



(알림) 청첩장 도착했습니다.


청첩장 수령하고 혹시 모르니 오타나 인쇄 안된 부분 있는지 확인해야 된댔어. 다행히 인쇄가 안되거나 오타가 없었다. 가내수공업을 4분의 2 정도 접어갈 무렵, " 어어어..? 이상해 잠깐만. ""왜 그래" 모서리가 다 접혀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박스를 보니 옆이 발로 밟은 것처럼 터져있었다. 종이 청첩장인데 이중포장 없이 종이만 덩그러니 모서리를 신경 쓰지 않고 발송된 것과 더불어 택배로 배송되면서 충격이 가해졌다는 결론이 내렸다. 당장 급하게 청첩장을 써야 하는 장수는 멀쩡해서 드릴 수 있었지만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주문수량 반이상 접혀있어 반품을 요청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몇 장인지 기재해서 보내주시면 동일한 장수를 발송해주겠다는 답변이었다. 구겨졌는지 모른 채 봉투에 스티커까지 밀봉한 청첩장도 발견되어 버려지는 봉투와 스티커에 속상했다. 이미 벌어진 일을 탓한다고 달라질 일이 아니잖아.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까 새로 발송된 청첩장으로 하면 문제없으니 얼마나 다행이야라고 마음을 먹으니 괜찮아졌다. 


청첩장을 언제 하면 좋을까 고민한다면 세 달 전부터 하라고 권하고 싶다. 선택한 디자인처럼 모서리에 디자인있는 것은 피하라고 말하고 싶다. 파손이 생길 있다는 건 감안해야 하는 듯싶다.  청첩장 A-Z 포스팅을 보고 혜택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청첩장을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예비신부 입장에서 담았다. 



https://kmong.com/gig/427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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