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 소피아 (2)

만나서 즐거웠고 다신 보지 말자

by project A

*본 글은 필자의 주관적인 감상을 담고 있습니다.



이제 끝났을 줄 알았지


호텔로 옮긴 후의 소피아는 사소한 문제들_KFC의 감자튀김이 먹어본 감자튀김들 중에 제일 맛이 없었다든지, 여행에서 처음으로 구걸의 타깃이 되었다든지_을 뺀다면 평화로웠다. 여유롭게 걸어 다니며 독특하고 거대한 정교회의 성당들을 구경했고, 오랜만에 엽서도 써서 보냈으며, 다음 나라인 루마니아에 가기 전에 고전 영화 <뱀파이어>를 보며 이어질 여행을 준비했다. 전날과는 달리 평화롭기 그지없는 평범한 하루였다.


그리고 다음 날, 호텔을 체크아웃하기가 무섭게 끝난 줄만 알았던 악몽이 다시 시작됐다. 소피아-플로브디프-소피아(경유)-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 순으로 짜인 일정에 따라 소피아에 도착했던 날 내렸던 버스터미널로 향했고, 무거운 짐들을 한껏 지고 예약해둔 버스를 기다렸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기다리는 버스는 영 올 기미가 안 보였다. 그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채야 했는데. 유럽 여행 동안 기차나 버스가 늦어지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서였나 한가하기만 했다. 결국 한참을 더 기다리고 나서야 사무실에 버스의 행방을 물었더니 이 터미널이 아니란다. 분명 이 터미널에서 버스 내린 게 맞는데, 여기가 아니고 건너편의 택시만 가득하던 터미널로 가야 한다니. 결국 돈 버리고, 시간 버리고 엉엉 울면서 새로 티켓을 살 수밖에 없었다.


소피아에서의 평범했던 딱 하루





그래도 마무리는 훈훈하게...?


플로브디프에서 돌아오자마자 무거운 짐들을 끌고 향한 곳은 바로 한식당. 김치 없이는 못 살아! 하는 편도 아니고 오히려 유럽여행 처음 한 달간은 현지 음식만 먹었지만 한 달이 지나자 슬슬 한식당이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지나치지를 못하게 됐다. 온통 키릴 문자뿐이었던 버스와는 달리 지하철은 영어도 병기되어 있어 마음 놓고 이동할 수 있었다. 조금이라기엔 많이 무서웠던 지하도를 지나 한식당에 도착하자마자 떡라면과 유자 샐러드를 주문했다. 손님들의 99%가 현지인인 식당이라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을 오랜만에 보기도 하고 따님이 생각난다며 친절하게 대해주신 사장님 덕분에 음식을 다 먹고도 마감 시간인 10시까지 따뜻하고 안전한 식당에 머무를 수 있었다. 타국에서 받은 친절과 배려가 정말 감사했다.


마음씨 좋은 사장님 덕분에 기분 좋게 야간 버스를 타러 가는 길, 이었지만 소피아는 끝까지 호락호락한 도시가 아니었다. 플릭스버스를 타고 부쿠레슈티로 이동해야 하는데 플릭스 측에서 보내준 메일을 따라가 보니 정류장이나 표지판은 무슨, 아무것도 없는 도로 사이 허허벌판이었다. 동일한 시기에 함께 유럽을 여행하던 선배의 도움으로 알게 된 플릭스 정류장으로 정신없이 이동하고 보니 또 그 터미널이었다. 플로브디프로 가는 버스를 놓치게 만든 바로 그 터미널. 야간 버스를 타지 못할 아찔한 상황까지. 한식당의 훈훈함도 잠시, 마지막까지 징글징글했다. 사진 속에서 가장 예뻤던 도시, 소피아. 인생에서 한 번이면 족하다. 만나서 즐거웠고 다시는 보지 말자!


사진 속에서만큼은 평화로웠던 소피아


keyword
이전 06화5.소피아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