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남부
포지타노에서 3일을 보낸 후, 나폴리로 돌아왔다. 떠나기 전, 다 먹을 수 있을까 의심이 드는 커다란 레몬 사탕 한 봉지를 기념으로 샀다. 엄마의 몸이 느려짐과 동시에 우리의 여행도 느려졌다. 여행은 휴식의 의미이기도 했기에, 우리도 엄마도 그 휴식을 충분히 즐기려고 했다.
좁고 복잡한 골목길을 따라 자리한 나폴리 숙소를 해 질 무렵에 도착했다. 숙소 근처에는 나폴리 스페인 광장이 있어서 지나가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광장에는 1656년에 세워진 전염병(페스트)을 물리친 것을 기념하는 <피에타 델라 하그리아>라는 기념비가 있었다. 저녁 식사를 위해 나간 시내에는 식당 직원들의 호객 행위가 있었고, 식당 앞 손님들은 신선한 재료를 고르느라 분주했다.
캘러리아 움베르토 1세(Galleria Umberto I)는 나폴리의 중요한 랜드마크이자 가장 유명한 쇼핑 아케이드였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에는 상점들이 모두 문을 닫아, 성당처럼 조용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원형 유리지붕 아래 바닥을 자세히 보니, 별자리 모양의 타일이 둥글게 배치되어 있었다. 별자리가 생소한 엄마는 궁금해했다.
“동양은 탄생일로 띠를 말하는데, 서양은 별자리로 말해. 이 12가지 타일 모양이 별자리를 의미하는 거야.”
“그럼 나는 무슨 별자리야?”
자신의 별자리가 궁금하셨는지, 소녀처럼 물어본다.
“엄마는 게자리야. 나는 물고기자리.”
“동물 모양이 아니고 해물 모양이야?”
엄마는 나를 또 한 번 미소 짓게 했다.
“모두 해물 모양은 아니야. 언니는 황소자리야.”
신기하셨는지 사진을 예쁘게 찍어 달라고 했다.
그곳을 자나 이번 여행의 마지막 만찬 장소인 소박한 식당을 향했다. 여행 중 음식 사진을 찍지 않았지만, 나폴리 식당에서 먹은 요리는 특별해서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맛집들은 대부분 메뉴 판에 음식 사진이 없었다. 글로 제공되는 메뉴판의 음식을 고르는 것은 복불복 게임 같았다.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르느냐 아니냐는 우리의 몫이였다. 우리가 고른 것은 모차렐라에 계란 물을 입힌 튀김, 문어, 오징어, 홍합이 올라간 피자, 다양한 해물이 올라간 브루스케타, 치즈가 사이사이 들어간 토마토 카프레제였다. 음식은 모두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것 같았다. 이태리 여행 중, 음식은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밤거리는 활기차게 돌아가고, 토마토, 허브, 레몬, 바질, 마늘의 향기가 도시 전체를 에워싸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작은 상점들에서 판매하는 도시 소품들을 들여 보았다. 말린 토마토소스와 오징어 먹물이 가미된 스파게티를 집으로 가져가려고 구입했다. 엄마에게는 나폴리 사진이 들어간 냉장고 자석을 선물했다. 우리 여행을 기억하려는 듯, 자석 속 나폴리를 계속 들여다봤다.
다음 날, 지현은 새벽 기차를 타고 로마로, 언니는 밤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로, 나와 엄마는 오후 비행기를 타고 영국으로 돌아왔다. 당시 그것이 마지막 여행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지만, 그렇게 4명이 함께한 마지막 여행이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