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카페의 한쪽 벽은 통유리로 되어 있었다. 유리창에 인접한 자리에 앉으면 발아래로 수영장의 전경이 펼쳐졌다. 수영장 특유의 물 냄새와 커피 향이 어우러져 오묘한 기분이 들었다. 지하 수영장의 천장에는 조명이 달려있었는데, 거기서 뿜어내는 빛은 자연광처럼 수면으로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카페에 앉아 조용히 흔들리는 물살을 바라보고 있으면 시간의 흐름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내 나도 저 흐르지 않는 시간 속에 눕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마침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데다, 이렇다 할 거창한 계획이 없던 나는 함께 수영을 다니자는 동생의 말에 미끄러지듯이 넘어갔다. 혼자였더라면 결코 도전해 볼 생각조차 못했을 수영을 배워보기로 마음먹었다.
수영은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다. 대학 다닐 때 한 번, 그것도 서해바다에서 선배로부터 배영을 배운 적은 있다. 말이 배영이지 물 위에 눕는 방법을 배운 것이다.
“몸에 힘은 빼고, 머리는 물속에 귀까지 담가야 해”
서해는 그야말로 똥물이었다. 그러나 열심히 선배 말을 따라 누운 채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몸이 둥실 떠오르는 우쭐한 기분을 잠시 느끼기도 했지만, 선배가 엉덩이를 받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위아래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은 채 젖은 나를 선배는 노골적인 시선으로 쳐다봤다. 지금의 나라면 선배에게 뭘 그리 보냐며 타박했겠지만, 고작 스무 살의 나는 그러지 못했다. 할 말도 못 하고 기분만 상했던 나는 그 후로 수영을 배워볼 생각조차 안 했다.
그러고 보면 인생 참 알 수 없다. 수영은 내 인생에서 시도해 볼 생각조차 해보지 않은 단어였다. 그런데 불현듯 어느 날 갑자기 수영이 내 삶에 뛰어들었다. 새롭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흥분되고 정신은 고양되었다. 한 번 하기로 마음먹자,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수영복과 수경을 주문했다. 본인의 신체 사이즈보다 조금 작게 사면된다는 동생의 조언에 따라 주문했다. 수영복은 헐렁하게 입어서는 안 된다. 조금 타이트하게 입어야 물속에서의 저항감이 없다. 그렇게 대망의 수영 강습 첫날이 왔고, 그날은 2월이었다.
물은 온수였지만, 공기는 여전히 겨울의 그것이었다. 따뜻한 물로 샤워 후 입수했음에도 오들오들 떨었다. 게다가 음파부터 연습해야 하는 초급반이었다. 처음 만난 회원들은 어색한 쭈뼛거림으로 수심이 허벅지까지 오는 유아풀에 모여 있었는데, 그래서인지 더 춥게 느껴졌다.
숨 쉬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첫날 음파를 배우고 난 이틀이나 몸져눕고 말았다. 2월의 추위와 그동안의 운동 결핍, 근육의 긴장 모든 것이 복합된 근육통이 제대로 와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