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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리원 May 11. 2024

이런 내가 수영해도 되는 걸까?

불안과 공포

 지금은 물개처럼 수영을 잘하는 동생도 여전히 자유형이 어렵다고 한다. 새로운 영법을 배울 때마다 재밌지만, 그때마다 익혀놓은 자유형의 감각이 잊히는 기분이라 다시 자유형을 하면 새로운 기분이 든단다.


 우리 초급반도 자유형을 몸에 익히려고 두 달쯤 걸린 것 같다. 여전히 물에 대한 공포와 이런저런 통증으로 진도는 제각각이지만 그래도 다들 자유형을 몸에 익히려 고군분투 중이다.




 여전히 호흡이 힘들었다. 나만의 문제만은 아닌 듯했다. 다들 몇 바퀴 안 돌 힘들어 헉헉 댔다. 3,4 레인의 상급반 사람들이 물개처럼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숨을 고르는 시간이 많아졌다. 저 날이 오기는 하는 걸까



“도대체 언제쯤이나 돼야 숨 쉬는 게 편해져요?”




호흡은 편해지는 게 아니라 익숙해지는 거예요. 저기 상급반 사람들도 결코 편하게 숨 쉬는 게 아니에요. 단지 저들은 저렇게 짧게 호흡하는 게 익숙해진 것뿐이에요. 수영을 오래 했으니까. 누구나 다 물속에 있다가 잠깐 고개를 내민 사이 숨을 쉬는 건 힘들죠. 다만 거기에 익숙해지면 괜찮아요


 


 수영강사의 말은 너무나 맞는 말이었다.

편해지길 바라는 게 아니라 수많은 시간을 쌓아 내가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어디 수영뿐이랴, 당장 이 글만 해도 그렇다. 수월하게 글을 잘 써내는 사람들을 보며 타고난 재능을 부러워하기만 했다. 그들에게는 켜켜이 쌓은 시간이 있었음을.  편해진 게 아니라 자신을 개고 듬어 어느새 익숙해진 시간이 있었음을 몰랐다. 그저 부러워만 했던 것.



 쌓은 것도 없이 요행을 바라기만 했던 나를 반성하며 다시 물속으로 머리를 밀어 넣었다.  물속 유유히 흔들리는 빛 조각들을 바라볼 때면 아주 먼 곳에서 아득히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다. 그럴 때면 나를 따라오던 물거품들도 조용히 물고기 떼로 바뀌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공포였다. 아직 물에 대한 공포가 남아있구나 싶었다.



 사실 나는 공황장애가 있었고 꽤 오랫동안 신경안정제를 복용했다. 이 시대를 살면서 누구나 공황장애 증상 하나쯤 가지고 있지 않겠냐만은, 그런 내가 수영을 하는 게 맞는 건가 의구심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스트레스를 받으면 극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며 바닥에 쓰러지는 이석증이 발병한다.  이 글을 쓰면서 느낀 건데,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영을 배우면서 한 번도 이석증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간헐적인 공황과 이석증. 나 계속 수영을 해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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