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 환대와 우정으로 지속 가능한 세계를 -

by 혜아

존 버닝햄의 그림책을 읽을 때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아이들 마음과 상상 세계 속으로 들어가야 작품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 시선으로 어른들 세계를 풍자한 ≪지각대장 존≫은 그 대표적 사례이다. 이 글에서 다루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아이들의 상상 세계와 어른들 현실 세계를 함께 보여준다. 겉으로 드러난 주제는 사람들의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세계의 필요성이다. 환경 주제와 함께 관계에서의 배제와 수용, 환대에 관한 생각들이 담겨있다.


겉표지에 그려진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달려오는 까만 증기기관차 모습이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명령조의 제목은 거부감을 일으킨다. 누군가를 강하게 밀쳐내는 문장이 어떤 맥락 속에서 펼쳐질까 궁금해진다. 이야기는 기차놀이를 하고 있던 아이에게 엄마가 빨리 자라며 다그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아니, 아직도 기차놀이하니? 빨리 가서 자야지. 내일 아침 일찍 학교 가야 되잖아.” 단호한 표정의 엄마는 한 손엔 강아지 잠옷 집을 들고, 곧게 뻗은 다른 한 손은 침대를 가리키고 있다. 여기서 강아지 잠옷 집과 침대 발치의 장난감 기차는 아이의 꿈속 기차여행의 상징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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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 소리 좀 시끄럽게 하지 마” 아이는 석탄을 푸고 있는 강아지에게 강한 어조로 명령한다. 영락없는 엄마 말투다. 이 명령조 말투는 기차에 태워달라는 동물들에게 내뱉는 첫마디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에서 반복된다. 강아지가 화차에 석탄을 부으며 여행을 떠나는 장면은 거의 연필 스케치로 윤곽선만 간단히 그려져 있다. 반면에 오른쪽 그림은 구름에 가린 노란 달과 기차, 어둡고 칙칙한 하늘, 달빛이 어른거리는 강물이 다양한 색으로 칠해져 있다. 이런 기법은 환상 세계인 아이들의 세계와 현실 세계인 어른의 세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버닝햄 그림의 특징이라고 한다. 그의 그림은 아이들이 그린 그림처럼 서툴고 자유분방한 느낌이다. 아이들 눈높이와 심리를 반영하고 있어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며 쉽게 빠져드는 것 같다.


강아지와 아이가 함께 기차여행을 하는 동안 시간의 흐름은 날씨로 표현된다. 아이는 날씨에 어울리는 놀이를 찾아 새로 만나는 동물 친구들과 함께 논다. 안개가 자욱한 날엔 유령놀이, 무더운 날엔 물놀이, 바람이 부는 날엔 연날리기한다. 비가 오는 날은 우산을 쓰고 돌아다니고, 눈이 오는 날에 눈싸움하며 신나게 논다. 이 그림책에서 밝고 환하게 표현되는 부분은 아이와 동물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장면이다. 밝게 표현된 그림은 아이들 세계이자 자연이 훼손되기 이전의 세계, 희망적인 미래를 암시한다. 검은 연기를 뿜어내며 달리는 기차와 배경은 어둡고, 칙칙하게 표현된다. 어른들의 세계이자 망가진 세계, 오염된 현실 세계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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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 강아지와 아이가 팔을 쭉 펴고 집게손가락으로 누군가를 가리키며 고함친다. “제발, 나도 기차에 태워줘. 사람들이 내 상아를 잘라가려고 해. 자꾸 이러다간 우리 코끼리들은 살아남지 못해.” 코끼리가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한다. 강아지와 아이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는다. 코끼리 처지에 공감하며 코끼리를 받아들이고, 자리를 내어주며 친구가 된다.


이어서 다른 동물들이 기차에 태워달라며 나타난다. 물개는 사람들이 물을 더럽히고, 물고기를 너무 많이 잡아 바다에 먹을 게 없어서, 늪에 사는 두루미는 사람들이 물을 다 퍼 버려서 살 수 없다며 태워달라고 한다. 호랑이는 사람들이 숲에 있는 나무를 마구 베어 가고 있어서, 북극에 사는 곰은 사람들이 잡아다가 털옷을 만들려고 해서 이러다간 살아남지 못할 거라며 태워달라고 한다. 아이와 기차에 탄 동물들은 새로운 동물이 나타날 때마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를 외치지만 동물들 사정을 듣고 모두 태워준다. 사람들 때문에 살 곳을 잃어버린 동물들을 기차에 태워주고, 친구가 되어 함께 논다. 눈이 계속 내려서 기차가 꼼짝 못 하게 되었을 땐 모든 동물이 힘을 모아 기차가 출발할 수 있게 눈을 치워준다. 환대와 우정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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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경은 ≪사람, 장소, 환대≫에서 환대의 의미를 정의하고 있다. “환대란 타자에게 자리를 주는 행위, 혹은 사회 안에 있는 그의 자리를 인정해 주는 행위”라고 한다. “누군가를 환대한다는 것은 그를 이 공간 안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 그를 향한 적대를 거두어들이고 그에게 접근을 허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한다. 이 그림책 속 아이와 강아지가 다른 동물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이다. “야, 우리 기차에서 내려!”는 낯선 존재, 나와 다른 존재 곧 타자를 배제하는 적대의 말이다. 다른 존재에게 처음엔 적대의 모습을 보이지만 나중엔 한 팀이 되어 함께 놀고 협력한다. 산업화와 환경파괴의 상징인 기차가 서로 다른 존재를 연결하게 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간이 되어주는 점은 아이러니다. 기차의 상징이 이렇게 바뀌는 것은 문명이 사람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계를 만들어 가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리라.


“이제 돌아가야겠다. 아침 일찍 학교 가야 되거든.” 회색 기차는 작아지고, 칙칙하고 어두운 장면이 이어진다. 기차가 지나는 곳 마을 지붕에선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하늘은 온통 새까맣다. 아이가 현실 세계로 돌아옴을 암시한다. “빨리 일어나라. 학교 늦겠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웬 동물이 이리 많은 거니? 현관에는 코끼리가, 목욕탕에는 물개가… 대체 어떻게 된 일이니?” 아이의 꿈속에 등장했던 동물들이 현실 세계로 와 있다. 아이를 깨우는 엄마의 표정과 말투는 밝고 부드러워졌다. 엄마가 아이의 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둘 사이의 관계가 회복되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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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 속 아이와 동물들은 오염되고 파괴된 환경에서도 자연을 이용하며 즐겁게 논다. 아이와 동물들은 훼손되기 전 자연의 모습이다. 동시에 사람과 자연이 서로를 환대하며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차는 자연을 훼손하는 산업화와 기술문명에서 모든 존재를 연결해주는 존재로 바뀐다. 엄마 역시 처음엔 아이의 세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연을 파괴하는 어른들 세계를 상징하지만, 마지막엔 모든 것을 포용하는 본래 자연인 안식처의 의미로 바뀐다. 이 그림책은 환대는 사람 사이뿐만 아니라 자연과 사물, 사람 모든 관계에서 작동해야 모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계가 가능함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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