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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eek Nov 01. 2020

아마추어의 힙합

A Side: 힙합을 왜 좋아하냐고?

02. 아마추어의 힙합


추억을 소환해보자. 내 또래엔 힙합 입문에 약간의 공식이 있었다. 소위 '감성 힙합'이라 불리던 MC몽 같은 래퍼로 랩을 처음 알고, 에픽하이, 슈프림팀, 다이나믹 듀오를 찾아 들었다. 이후 피타입이나 드렁큰 타이거의 날 선 가사들을 접할 때면 속에서 끌어 오르는 무언가에 희열을 느끼곤 했다. 나와 같은 힙찔이라면, 그 뜨거움을 닮고자 방문을 닫고 남몰래 랩을 연습해 본 적이 있을 거다. 내 경우엔 드렁큰 타이거의 <소외된 모두, 왼발을 한 보 앞으로!>가 대표적이었다. 거실에선 안 들리게 창문을 열고 작게 연습하다가 방문이 열리면 하품하는 척을 하곤 했다.


'심장을 때리는 비트'라는 말처럼, 힙합에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정체불명의 뜨거움이 있다. 물론 드럼 머신의 기계적인 울림이 심장 폭행의 주범이겠지만, 그게 꼭 전부는 아닐 거다. 20대 후반, 취준의 삭막함에 시달리던 나는 불현듯 이 알 수 없는 뜨거움의 근원을 찾아보기로 마음먹었다. 힙합은 어디에서 왔을까, 힙합의 진짜 매력은 뭘까?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앞에 나열했던 무시무시한 힙합의 단점들(혹은 편견들)이 힙합 안에서 어떻게 설명되는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게 욕을 먹어가면서도 힙합 못 잃어! 하는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이 책은 제목에서처럼 솔직하다. 힙합 팬이 된 지는 10년이 넘었지만, 난 아직 아마추어 힙합 팬이다. 국내 힙합만 들어왔고, 그것도 들을 줄만 알았던 소심한 힙찔이. 처음으로 외국 힙합에 관심을 갖고 그 뿌리부터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는 힙합 역사 기행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책이 나처럼 겉핥기로만 힙합을 접했던 팬들이나, 새로 힙합에 입문하는 어린 뉴비들에게 그 뿌리를 엿보게 해주는 참고서쯤이라도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다.


글을 쓰면서 느낀 가장 큰 애로사항은, 쉽게 접할 수 있는 번역된 자료가 많지 않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원자료들이 더 상세한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나는 그중 꼭 필요한 것들을 선별해 하나의 흐름으로 엮어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일련의 내용들은 힙합 음악의 역사적 흐름과 함께 힙합에 대한 대중적인 이미지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주목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힙합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기를)


각 장은 앨범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크게 총 5개의 앨범 안에 서너 개의 트랙과 약간의 보너스 트랙이 있다. 힙합이라는 역사를 여러 편의 글로 듣는 역사 앨범인 셈이다. 시기는 힙합의 태동기부터 90년대 투팍과 비기까지. 아무쪼록 재미있게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첫 번째 앨범은 당연히 힙합의 탄생에 관련된 이야기, 하지만 그 전에 하나만 짚고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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