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Afrika Bambaataa
1집: 올드스쿨, 힙합은 어디서 어떻게 시작됐을까?
05. 마, 이게 리얼 힙합 패밀리다!
70년대 브롱크스 남서쪽에 쿨 허크가 있었다면, 동쪽에는 또 다른 힙합의 선구자, 'DJ Afrika Bambaataa(아프리카 밤바타)'가 있었다. 그는 DJ로서의 명성도 명성이지만, 또 다른 의미에서 영웅적 면모를 보여준 인물이다. 쿨 허크가 힙합이란 장르를 탄생시킨 인물이라면, 아프리카 밤바타는 힙합이라는 장르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처음 증명해낸 인물이었다.
당시 브롱크스에는 수많은 갱단이 있었다. 그중 가장 세력이 컸던 곳이 'Black Spades(블랙 스페이드)'라는 조직이었다. 블랙 스페이드는 세력을 넓혀가며 브롱크스의 거리를 장악했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조직들과 마찰하며 서로를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일이 빈번히 발생했다. 밤바타는 당시 블랙 스페이드의 일원으로 있으면서 이런 다툼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밤바타가 블랙 스페이드를 사랑했던 이유는 조직원들 간의 끈끈한 정과 단합이었는데, 정작 같은 지역에서 자란 형제들끼리 소속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흑인 인권 운동에 관심을 가졌던 밤바타는 동료들에게 폭력이 아닌 화합과 공존을 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때마침 불어닥친 브레이크 비트 열풍은 그에게 훌륭한 원동력이 됐다. 그는 힙합을 구심점 삼아 거대한 문화 공동체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조직의 우두머리들을 만나 조직들 간의 이해관계를 정리해주고 오해를 풀도록 주선하는 등, 모두가 같은 형제들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줬다. 각 조직의 우두머리들은 그런 밤바타의 노력을 존중했고, 마침내 하나로 뭉치는 데에 성공한다. 'Zulu Nation(줄루 네이션)'의 탄생이었다.
줄루 네이션은 브롱크스의 갱단들이 연합한 최초의 힙합 커뮤니티였다. 한국 힙합LE의 갱단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줄루 네이션은 폭력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던 이들에게 건강한 배출구를 만들어줬다. 이들은 사회에 대한 불만, 출구 없는 분노를 구역 싸움이 아닌 랩과 춤, 그래피티로 해소해갔다. 밤바타는 그 중심에 서서 사람들을 이스트 브롱크스로 불러들였다. 그는 인종과 출신에 구애받지 않는, 모두가 화합할 수 있는 파티를 만들었다.
최초의 힙합 커뮤니티를 만들었다는 그의 업적은 이렇게 평가되기도 한다. 힙합에 '메시지'를 담은 첫 번째 인물. 그의 이름, '아프리카 밤바타'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아프리카에 대한 인종 차별적 시선에 당당히 맞서려 했던 인물이다. 그가 만든 줄루 네이션 역시 영국의 제국주의 침략에 맞서 승리를 거두기도 했던 나라, 아프리카의 '줄루 왕국'에서 영감을 받았다. 그는 줄루 네이션에서 힙합을 통해 인종 차별을 극복하고, 사람들이 평화, 사랑, 화합, 그리고 즐거움을 공유하기를 바랐다. 이런 그의 메시지는 힙합이라는 장르가 뉴욕의 작은 빈민가를 넘어 미국 전체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더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리고 혜성처럼 등장한 여섯 남자들이 그 배턴을 이어받아, 힙합 역사상 가장 중요한 곡 중 하나인 <The Message>를 탄생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