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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라떼 May 02. 2020

딸아, 무질서가 순리란다.

천국을 사는 법

우주 만물은 무질서해지려는 경향이 있어.
우리는 이것을 엔트로피의 법칙이라고 하지.


너의 죠스바는 빨리 먹지 않으면 검붉은 액체로 녹아 다시 원래의 모양이 될 수 없을거야. 이런 현상을 물리적으로는 무질서도가 증가한다고 하지. 네가 밥 먹고 난 식탁 밑이나, 네 방 옷장도 무질서도 증가의 좋은 예가 될 수 있겠구나. 보고만 있어도 아빠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지니까. 


무질서도는 무조건 증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엔트로피의 법칙은 물리적 세상에만 적용되지 않는단다.

안타깝게도 우리의 마음에도 엔트로피의 법칙이 똑같이 작용하거든.

우리 마음은 가만히 두어도 불안과 혼란이 증가하려는 경향이 있어.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으면 마음의 평온을 유지할 수 없는 거지.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흔들리는 마음을 부여잡으며 살아야 하는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네 마음의 무질서도는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져버릴 수 도 있단다. 


신(神)은 왜 인간의 마음에까지 엔트로피의 법칙을 적용했을까?


창세기의 비밀이 있단다. 


신(神)은 첫째 날 하늘과 땅을 만드신 후 내리 여섯째 날까지 고되게 일을 하셨어.

주 5일 근무에도 진이 빠지는데 6일을 일하셨으니 얼마나 피곤하셨겠니?

그리고 더 맥 빠지는 것은 6일 동안 겨우 이승 하나 만드신 거야.

앞으로 천국과 지옥도 만들어야 하는데 얼마나 막막하셨을까?


일곱째 되는 날 아침, 신(神)은 결국 우울증에 걸리셨지. 

다음 주에는 지옥을, 그다음 주에는 천국을 또 만들어야 했으니 생각만으로도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거든.

이 우주 최초의 우울증은 훗날 월요병이라 불리게 된단다.


신(神)은 그렇게 우울한 오전을 보내셨어.

그러다가 문득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올랐지.

바로 인간의 마음에도 엔트로피의 법칙을 적용하는 거야. 윈도우즈 패치 적용하듯 단순한 조치였지만 효과는 정말 놀랍도록 탁월했어. 인간들은 하나의 세상에서 천국과 지옥을 동시에 살았거든. 신(神)은 굳이 천국과 지옥을 따로 만들 필요가 없어져 버린 거야. 

일곱째 날, 신(神)은 하시던 일을 모두 끝내시고 하루를 푹 쉬셨다지. 


창세기: 일곱째 날 / 구글 이미지


은이야, 천국과 지옥은 실제는 없는지도 몰라.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바로 천국일 수도 있고 지옥일 수도 있는 거야.


네가 나이가 들며 지금의 순수한 마음을 잃고 혼란과 두려움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도 당연한 순리란다. 그러니 네 자신을 탓할 필요가 전혀 없어. 

네가 기억해야 할 것은 마음을 흐르는 데로 두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긍정과 행복의 방향으로 무질서의 강을 거슬러 올라야 하는 거지. 

그럴 수 있다면 네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바로 천국이 되는 거란다.

우리 은이가 천국을 사는 지혜를 얻었으면 좋겠구나. 정말 많이 사랑한다. 우리 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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