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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야옹이 있었으면 죽었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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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매일 1시 언저리에 산책을 나간다. 산책? 그런 마음 편한 느낌은 아니긴 하다. 말하자면 재활 에 가깝다. 아니, 그 정도로 무거운 느낌은 또 아니긴 하다. 걷기 운동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이라도 걸어주지 않으면 다리가 굳어버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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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가면 여러 동물을 만나게 된다. 아, 만난다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친근하게 말하고 싶지 않다. 발견, 좀 이상하고, 포착, 이건 좀 본격적인 느낌이려나. 마주치게 된다-가 가장 나으려나. 아니다. 마주친다고 하니까 동물들이랑 눈을 마주친 느낌이 드는데 그렇지는 않으니까. 나의 ‘일방적인 쳐다봄’에 가깝다. 그냥 ‘봤다’라고 하자.


어느 날은 쥐를 봤다. 도로변 텃밭 어귀에서 쥐 한 마리가 빠르게 지나다녔다. 엄마는 아직 못 봤다. 그렇게 그냥 못 보고 지나갈 수 있었는데, 나는 기어코 엄마에게 쥐의 존재를 알렸다. 엄마가 말했다. “너는 야옹이 있었으면 죽었다잉.” 엄마는 고양이를 좋아했다.

엄마는 거의 고양이를 보려고 나간다고 해도 무방하다. 고양이를 보면 대화를 시도한다. 나는 그걸 구경한다. 내가 발이 괜찮았을 적에는 멀리까지 걷기 운동을 나갔었다. 그때는 폐공장과 골목 사이에서 거의 백 퍼센트의 확률로 고양이를 볼 수 있었다. 멀리 나가지 않으면 고양이를 볼 확률이 떨어진다. 아파트 주변에서 고양이는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다. 오늘은 두 마리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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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변에는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이 많이 보인다. 작은 개부터 큰 개까지, 품종도 다양하다. 비숑이 참 귀엽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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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걷기 운동을 나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반대편 골목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지나가는 걸 보았다. 패딩을 껴입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조심조심 걷는 그의 모습이 마치 나 같았다. 육체적 건강함의 측면에서 그와 나를 감히 견줄 수는 없겠지만, 나 스스로가 할아버지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와는 가장 대척점에 있어야 할 이십 대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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