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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눈 만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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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아빠가 방에 들어왔을 때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나를 향한 그의 관심은 항상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그리고 나는 언제나 아빠 앞에서 위축되었다.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는 존재이고, 나는 그저 받아먹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샤워하다가 손을 베었다. 철제 샤워볼 걸이에 상처가 패여 있었는데 그곳에 긁힌 것이다. 검지 손톱 위에 1센티미터의 실선이 생겼다가 피가 새어 나왔다. 실선을 조금 벌려보았다. 얕았다. 흐르는 물에 피를 씻어냈다.


약을 바르고 밴드를 감았다. 따갑다. 몸에 힘이 빠졌다. 이 정도의 상처 앞에서 영혼이 소멸하듯 쪼그라들었다. 손끝까지 맥박이 울린다. 밴드 위로 피가 배어 나올 것만 같다. 지문 사이사이로 땀이 스며 나온다.


검지로 달팽이의 눈을 만져본 적이 있는가. 닿는 순간 쏙 들어가 버린다. 축축하고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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