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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니를 두 개 뽑았다. 빼는 느낌도 안 들었는데 다 끝나 있어서 놀랐다. 정말 무통 그 자체였다. 심지어 하나는 매복이었는데.
거즈를 2시간 30분 동안 물고 있었는데도 피가 계속 났다. 여분으로 받아온 거즈를 넣어 30분 이상 다시 물고 있었다. 다행히 이번에는 좀 멎는 느낌이었다.
발치 후 약 4시간이 지나자 마취가 풀리시 시작했고 통증도 서서히 올라왔다. 그때 처방받은 약을 먹었다.
이후로 30분을 피 섞인 침을 삼키다가 녹두죽을 조금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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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적에(새파란 20대 젊은이가 어렸을 적을 논하는 걸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치과를 몰아서 갔었다. 치아가 어찌나 성격이 급했던지 겹쳐서 나기 일쑤였다. 그걸 다 빼느라고 그 나이에 고생깨나 했었다. 이후로는 치과에 가는 일이 없었다. 부정교합 교정한다고 몇 년 다닌 것만 빼면.
CT 사진을 찍어보니 양쪽 위아래 한 개씩 해서 총 4개의 사랑니가 있었는데 3개는 정상적으로 나오고 있었고 하나만 잇몸 안에서 90도로 누워있었다. 원장님이 그것 하나만 빼면 위에 있는 치아가 내려올 수 있다고 해서 둘 다 뺐다.
집에 와서 사례를 찾아보니 기괴하게 난 경우가 많았다. 나 정도면 상당히 양호한 정도구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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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웠지만, 어차피 해야 할 거 늦기 전에 해버렸다. 근데 빼고 나서가 더 문제인 것 같다. 잇몸이 차오를 때까지 어떻게 잘 관리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