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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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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오

지금 쓰고 있는 소설에 어린아이가 등장한다. 아동을 등장시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솔직히 당황스럽다. 원래 의도대로라면 악몽 같은 분위기로 흘러가야 하는데, 소설 속의 아이가 제멋대로 소설의 분위기를 천진하게 만들고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에서 21개월 사회복무를 했었다. 그동안 아동의 언행에 대한 데이터가 꽤 쌓였는데 그래서 소설에 아동을 등장시킬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원래 나는 어린아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심지어 싫어하기까지 했다. 결혼을 하더라도 애는 안 낳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그들에 대한 시선이라고 할까 접근법이라고 할까 그런 게 조금 바뀌었다.


내가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너희는 받아보는구나. 그래, 너희는 나처럼 되지 말렴. 그런 생각을 했다. 사실 내가 아이를 싫어했던 이유는 그들을 보면 어린 시절의 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나는 과거의 내가 너무 싫었다. (이건 지금도 그렇고, 이런 이유에 한정해서는 아직도 아이를 싫어한다.)


그런 내가 아이들을 보며 ‘귀엽다’라고 느끼기 시작했을 땐, 나 스스로도 놀랐다. 그렇지만 그들을 마냥 귀엽게만 바라보지는 않는다. 매우 복합적인 감정이 든다. 슬프기도 하고, 괜히 흐뭇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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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오늘 치과에 갔다 오면서 공원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과 하교하는 아이들을 봤다. 소설 쓸 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그들을 조금 관찰했다. 역시 마음이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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