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어린이집을 그만두었다. 어쩌다 홈스쿨링

엄마, 나 어린이집 안 갈래요.

by 지에스더

“어머님, 둘째 아이 잘 낳으세요. 00야, 엄마랑 재미있게 잘 지내. 앞으로 못 보게 된다니 너무 아쉽다


네, 선생님. 그동안 고맙습니다. 선생님께 인사드리자.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2017년 12월 30일

5살을 앞두고. 아이가 어린이집을 그만두었다. 아이는 마지막 날에 별다른 표정 없이 인사했다. 바깥바람이 차가웠다. 나는 아이 옷을 단단히 입혔다. 아이 가방, 낮잠 이불, 여벌 옷과 짐들을 챙겼다. 2년 동안 어린이집 생활을 하면서 짐이 꽤 되는구나. 어린이집 대문을 열고 나오는 길. 지난날이 한꺼번에 머리에 스쳐 간다. 마음 바쁘고 발 동동 구르던 시간. 어린이집 생활이 이렇게 끝나는구나.






첫째 아이는 2016년 2월부터 어린이집을 다니기 시작했다. 만 23개월, 3살이었다. 내가 복직을 하면서 아이는 자연스럽게 어린이집을 가게 되었다. 어린이집을 보내기 전까지 나는 아이를 끼고 키웠다. 조금 더 빨리 어린이집을 보낼 수 있었지만, 데리고 있었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기에 어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는 혼자 밥을 잘 먹고, 말도 곧잘 했다. 밖에 나가 노는 것을 좋아했다. 난 아이의 여러 모습을 보며 어린이집을 잘 다닐 줄 알았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놀기를 즐거워할 줄 알았다. 집에 없는 수많은 교구들을 가지고 놀면서 신나 할 줄 알았다. 엄마와 잘 가지 못하는 이곳저곳을 현장학습으로 다니며 재미있어할 줄 알았다. 모두 다 내 바람이었을 뿐. 환상이고 착각이었다.

아이는 처음에 어린이집을 쉽게 적응했다. 낮잠을 금방 잤다. 밥을 잘 먹었다. 엄마와 떨어질 때 크게 울지도 않았다. 아이의 모습을 보며 만족스러웠다.

처음 모습과 다르게 시간이 갈수록 아이는 어린이집을 가기 싫다고 여러 번 말했다. 아침에 울다가 어린이집을 가는 날이 많았다. 어린이집 말고 엄마 따라가고 싶다고 그랬다. 그럴 때마다 나는 아이의 마음을 외면했다. 아이 앞에서 최대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린이집 다니면 친구들 만나고 재미있지? 엄마가 일하러 갔다 올 동안 어린이집에서 즐겁게 놀고 있어!!.”


엄마가 일을 가야 하는데. 가기 싫어도 가야지. 어쩌겠는가. 사람이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지. 그러니 너도 가야 하는 거야, 어린이집에.





2018년 1월.

둘째 아이 출산을 앞두고 다시 육아휴직에 들어갔다. 아이에게 동생이 태어난다는 것. 앞으로 엄마가 직장에 잠시 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아이가 대뜸 말했다.


엄마, 나 어린이집
안 갈 거예요.


아이는 엄마가 직장에 안 나가니까 자기도 어린이집을 안 가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이 말대로 어린이집을 가야 할 까닭이 없어졌다. 엄마가 집에 있으니까. 자기는 엄마랑 같이 있겠단다.

나는 원래 친정에서 몸조리할 동안에 아이가 어린이집 가는 것을 쉬게 하려고 마음먹었다. 다시 집에 오면 보낼 생각이었다. 내 생각과 다르게 아예 가지 않겠다고 말하는 첫째 아이. 집에서 놀고 싶다는 아이의 말과 굳은 눈빛. 나는 아이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나는 아이의 앞날을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무리 가기 싫어도 어린이집을 꼭 다녀야 한다며 아이를 설득해서 보내야 하는 걸까? 그게 아이에게 좋을까?

아니야, 꼭 그럴 필요는 없지. 아이는 어릴 때 엄마 옆에서 있는 게 제일 좋은 거니까. 아이에게는 엄마 곁이 가장 편안한 환경이니까.

남편과 상의하고 아이를 우선 집에 데리고 있기로 했다. 그래, 어린이집에 가지 말자. 앞으로 두 아이를 어떻게 데리고 있을지, 무엇을 하며 긴 시간을 보낼지. 별로 생각하지 않은 채 결정했다.


오늘 유치원 왜 안 갔어?



두 아이와 밖에 나가면 첫째 아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수도 없이 물었다. 아파서 안 갔냐며. 왜 유치원 안 가냐며.

5살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안 가는 우리 아이를 이토록 신기하게 볼 줄이야!!!! 이게 그 정도로 큰일인가!!!! 애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가는 게 당연한 시대. 게다가 둘째 아이를 낳으면 첫째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문화다.

나는 어느새 남들과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주변 눈치 보며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다른 사람 눈에 용감무쌍한 엄마가 되어 있었다.






어쩌다 홈스쿨링. 우리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앞으로 두 아이와 나는 어떤 앞날을 맞이하게 될까? 누구도 알 수 없었다. 그저 우리에게 맞게 꿋꿋하게 앞으로 나갈 뿐이었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나는 독특하다는 것을 믿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우리 만의 걸음으로 오늘도 천천히 걸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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