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시간 동안 애랑 집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지?

존버정신으로 버티기에서 우리 집 홈스쿨링 문화를 만들다

by 지에스더
바닷가 사람
물고기 잡아 먹고 살고

산골엣 사람
감자 구워 먹고 살고

별나라 사람
무얼 먹고 사나

윤동주 <무얼 먹고 사나>


유치원에 안 가는 아이가 사는 우리 집. 우리는 별나라 사람이다. 남들과 다른 별에 뚝 떨어져 살고 있다. 나와 두 아이는 모두 반짝반짝 빛나는 별에 있다. 그곳에는 우리만의 추억, 함께한 시간이 가득 담겨 있다.


내가 두 아이를 다 집에서 데리고 키울 줄이야. 역시 사람 일은 알 수 없다. 뭐든 이럴 거라고 장담하면 안 된다. 둘째 아이 낳지 않겠다던 내가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니. 그것도 집에 다 데리고!!

어쩌다 보니 첫째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했고 나는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서 집에 데리고 있기로 정한 거다. 아이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없다. 그저 오늘 하루도 존버 정신으로 버틸 뿐이다. '제발 얼른 커라!!!' 마음속으로 외치며, 하루 24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4년 만에 다시 하는 신생아 육아. 첫째 아이 때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지만 내 생각보다 빠르게 몸이 적응했다. 한번 해봤다고 두 번째는 나름 잘 해내고 있었다. 아이 기저귀를 금방 갈아 주었다. 아이를 재빠르게 씻겼다. 분유도 금방 타 먹였다. 그러면서 첫째 아이 3 끼니를 챙겼다. 밥을 챙기고 애들을 살피다 보면 하루가 갔다.

정말이지 내 몸이 3개였으면 좋겠다. 집에 있는데 왜 이렇게 바쁘고 할 일은 많은 건지. 첫째 아이는 수도 없이 엄마를 불렀다. “엄마, 이거 봐요!”, “엄마, 이거 해 주세요.” 내 귀에 환청이 들리는 기분이었다. “엄마, 엄마, 엄마”

둘째 아이 역시 엄마를 수시로 찾았다. 두 아이는 먹고 자는 시간이 달랐다. 양쪽에 맞추다 보면 어느새 밤이 되었다. 잠깐 눈을 감은 것 같은데 아침이었다. 다시 하루를 시작했다.





두 아이를 돌보기만 했을 뿐인데 어느새 6개월이 지났다. 돌아보니 아이와 한 일이 별로 없었다. 첫째 아이는 놀고 또 놀았다. 실컷 어지르고 놀고, 밖에 나가 놀았다. 자유롭게 노는 아이를 보니 흐뭇했다. ‘그래, 아이 때는 저렇게 편안하게 놀고 또 노는 거지.’ 한편으로는 ‘아이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이를 온전히 돌보는 시간. 나는 어떻게 해야 좋을까.


먼저 아이를 위한 활동을 하고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고 남는 건 기록뿐이다. 존버 정신으로 하루하루 버티기보다는 이때를 의미 있게 만들고 싶었다. 그런데 모르겠다. 애랑 무엇을 하며 보내야 할까? 지금처럼 자유롭게 놀게만 두어야 하는 건지. 엄마라 애를 앉혀놓고 뭐라도 가르쳐야 하는 건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생각하지 않고 시작했으니 모르는 게 당연하다. 막막하다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내 마음에서 올라오는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기 어렵다. 엄마인 나부터 하나씩 세워야 했다. 애랑 있는 24시간 뭐하며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지를. 그걸 왜 하고 있는지를.






내 육아 목표는 “행복한 생활인” 키우기다. 나는 아이에게 홀로 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 아이가 알맞은 때에 독립해서 생활할 수 있도록. 어디를 가서 살든 아이가 자기에게 맞는 삶을 살기를 바랐다. 이렇게 키우려면 아이에게 어떤 것을 가르쳐야 할까. 내 머리에 떠오른 3가지, “집안일, 책육아, 엄마표 영어”였다.

집안일, 책육아, 엄마표 영어” 를 어릴 때부터 꾸준하게 10년을 한다면? 아이가 자라서 어느 나라를 가든, 무엇을 하든, 잘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건 못 해줘도 3가지만큼은 아이가 제대로 하게 도와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우리 집 홈스쿨링 문화를 만들기로 했다. 엄마랑 함께 있으면서 아이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시간을 충분히 갖게 하기로 마음먹었다. 모든 것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는다. 여유를 가지고 긴 시간 동안 하나씩 해나가기로 했다.



1. 집안일

집안일은 아이에게 가장 좋은 배움터다. 밥하기, 빨래하기, 청소하기들. 집안일을 제대로 배우면 어디서든 살 수 있다. 첫째 아이가 남자아이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집안일을 당연하게 하는 것으로 생각을 가지며 자라게 하고 싶었다. 주먹구구식 보다 하나씩 천천히 제대로 가르치기로 했다.


2. 책육아

책은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한다. 아이가 몸으로 경험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책으로 여러 나라, 다른 시대를 여행하며 간접으로 배울 수 있다. 아이의 생각을 키워준다. 자연스럽게 많은 어휘를 배울 수 있다. 이처럼 책에서 얻을 수 있는 이로운 점이 많다.

책육아 방향을 그림책에서 고전까지 잡았다. 아이가 “그만 읽어주세요.” 하고 말하는 날까지 다양한 책을 읽어주기로 했다. 책육아를 첫째 아이 13개월부터 시작했다. 그림책을 계속 읽어주다가 2018년 1월에 5살이 되면서 이야기책으로 넘어갔다. 현재 고전작품도 읽어주고 있다.


3. 엄마표 영어

아이가 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듣고 익히도록 환경을 만든다. 잠자기 전에 영어 그림책을 읽어준다. 둘째 아이가 낮잠을 잘 때 첫째 아이는 영어 DVD를 본다. 집에서 노는 동안 흘려듣기를 한다. 책육아를 시작하면서 엄마표 영어도 같이 해나가고 있다. 아이가 좋아할 주제가 있는 영어책, DVD를 사서 보여준다.



하루 동안 3가지를 적절하게 끼워넣고 나머지 시간에는 놀이밥을 먹는다. 엄마가 주도해서 아이를 이끄는 놀이가 아니다. 아이가 놀고 싶은 대로 논다. 아이는 놀이밥을 충분히 먹고 배부를 때 행복하다. 놀고 싶은 만큼 실컷 놀 때 즐겁다. 아이에게는 원 없이, 자유롭게 놀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어디 매여있지 않으니 여유 있게 다닌다. 산책을 가고 놀이터에서 논다. 집에서 논다. 놀고 또 논다.



별나라 사람
우리 아이
놀이밥을 먹고 살지


자유롭게 노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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