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랑 수프 끓이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아이가 혼자서 쉽게 만들어 먹는 수프

by 지에스더


엄마,
나 수프 먹고 싶어요.




두 아이와 한살림에 장을 보러 갔다. 첫째 아이가 소고기 수프를 골랐다. 애는 집에 돌아와서 바삐 움직였다. 수프 끓일 준비를 했다. 아들이 말했다.


“엄마, 나 혼자 할 수 있어요. 도와주지 마세요”


아이가 필요한 도구를 꺼내왔다. 냄비, 거품기, 가위 따위들. 가위로 수프 봉지를 잘랐다. 나에게 물 양을 물어봤다. “뒤에 설명 봐. 얼마 넣으라고 나와있어?” 애는 뒷부분을 읽었다. 알맞게 냄비에 물을 넣고 가루를 물에 녹였다. 냄비를 전기레인지에 올려놨다.


“엄마, 이렇게 하는 거 맞죠?”


아이가 온도 단계를 높이고 물어봤다. 혼자서 어느 정도 수프 끓이기를 해내는 첫째 아이를 보고 있자니 세상 대견했다. 그동안 애한테 하나씩 자세하게 가르쳐 준 효과가 이렇게 눈 앞에 나타나는구나 싶었다.

도와주지 말라는 아이의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마음 한편이 허전했다. 엄마 곁에서 독립할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기에. 첫째 아이가 완전히 집 밖으로 나가는 날까지. 지금부터 내 마음을 조금씩 비워내야 하겠지. 아주 머나먼 날에 맞이할 일은 아니겠다. 아이들은 금방 쑥쑥 크니까.








많은 아이들이 대체로 요리를 좋아한다. 어릴수록 엄마 곁에서 한 번이라도 해 보고 싶어 한다. 애들이 요리를 즐거워하는 까닭이 있다. 요리는 만들고 나면 먹을 것이 생긴다. 만드는 과정 자체를 좋아 한다. 어린이들은 요리를 하면서 성취를 느낀다. 요리로 기를 수 있는 능력도 많다. 시간 개념, 양 개념, 공간 능력을 키우고 소근육 운동을 수도없이 할 수 있다.

아무리 요리가 아이에게 좋다고 할지라도 어린 애랑 같이 하려고 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불 앞에서 해야 한다면 더 불안하다. 실수하고 사고 칠 것이 두렵다. 오히려 일을 만드는 거 아닐까? 내가 하면 더 빠르게 할 수 있는데. 다하고 나서 뒤처리하는 게 더 힘들다. 혼자 할 때보다 시간이 몇 배는 더 걸린다.

그렇다고 할지라도 아이는 해봐야 배울 수 있다. 아무리 요리책을 읽어본들, 유튜브 요리 방송을 본들 만들어봐야 실력이 는다. 요리 하수인 나에게 엄청 쉬워 보여서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음식들. 막상 하면 생각보다 어려웠다. 여러 번 실수하고 몸에 익숙해졌을 때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애들도 마찬가지다. 자꾸 해봐야 더 잘하게 되는 건 진리다. 아이에게는 실수하며 배울 권리가 있다.


아이가 요리를 할 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해야 할 과정을 아주 작게 나눈다. 거기에서 아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혼자 하게 한다. 어려운 부분은 애 손을 잡아준다. 어린이가 할 수 없는 부분은 엄마가 하면서 어떻게 하는 건지 얘기해 준다.

수프 끓이기를 아주 작은 단계로 나누면 다음과 같다. 내가 쉽게 하는 행동도 사실은 굉장히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미 내 몸에 익숙하기 때문에 수월하게 하는 것뿐이다. 처음 만들어보는 아이에게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게 순서를 알려주는 게 좋다. 단계마다 아이는 성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아주 친절하게 작게 나눈 수프 끓이기 단계>

1. 준비물 준비하기 (냄비, 거품기, 수프 가루, 가위, 주걱)
2. 수프 봉지를 가위로 자르기
3. 물을 냄비에 알맞게 담기
4. 가루를 냄비에 붓기
5. 거품기로 저어서 수프 가루 녹이기
6. 냄비를 가스레인지(전기레인지)에 올려놓기
7.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켜고 불 맞추기
8. 물이 끓을 때까지 한 번씩 저어주기
9. 끓기 시작하면 타이머 맞추기
10. 저어주기
11. 불 끄기
12. 국자로 떠서 그릇에 담기
13. 식탁으로 옮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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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프 끓이는 아이



글씨를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뒤에 설명을 한번 읽는 것을 알려준다. 물 양을 맞출 때 계량컵을 준비해서 계산 할 수 있다. 또는 정수기에 나오는 물 한 컵은 200ml라고 알려줄 수 있다.


“600ml를 만들려면 몇 컵을 받아야 할까?”


아이에게 물어보고 같이 더해볼 수 있다. 양, 더하기 개념을 익힐 수 있다.



“4단계 4분으로 해놓으면 돼.”


물이 끓고 단계를 줄이고 시간을 맞추는 것도 올바르게 설명해준다. 집에 있는 타이머나 전기레인지에 있는 시간 기능 쓰는 법을 가르친다. 줄어드는 시간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아이가 시간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나는 믿는다. 재료를 사고 만들어 먹는 경험이 아이를 건강하게 자라게 한다는 것을. 내 몸을 움직여서 해보는 시간 동안 아이는 즐겁다. 어른이 돼서 하는 요리는 재미가 아닌 의무로 바뀔 수 있기에. 어릴 때 실컷 하면서 몸에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즐거운 놀이로 여기며 배울 수 있도록. 오늘도 함께 만들어 먹는다. 제 손으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줄 알고, 만드는 즐거움을 아는 어린이는 어디서든 잘 살 거라고 확신한다. 오늘 애들이 쉽게 만들 수 있는 요리를 하면서 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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