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드 업 코미디, 잿더미에서 발견한 분노와 광기
인파가 모였다 해산한 자리는 축제의 장이었는지 전쟁터였는지 분간하기 어려웠다. 화려하던 불꽃도 사그라들고 남은 시간을 알려주는 유튜브 재생바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몸을 불사른 코미디언의 공연에 눈물을 훔치며 폭소를 터뜨리던 관객들도 여흥에 젖어 숨을 고르며 하나 둘 자리를 떴다. 나는 영화관에 끝까지 남아 쿠키 영상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었다. 내가 목격한 것을 두고 그대로 떠날 수 없었다. 방금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건 단순한 축제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메우고 있는 이 쾌감과 흥분의 열기 속에는 무언가 다른 게 섞여 있었다. 목적 없이 젊음을 즐기거나 해방감에 젖어 먹고 마시고 밤새 흥에 겨워 놀다 다음 날 아침이면 다크써클과 피로를 안고 각자의 집으로 향하는, 서로 즐기기 위해 아무런 희생양도 필요로 하지 않는 그런 성격의 것이 아니었다.
나는 조금 더 집중했다. 이건 중독자들끼리 모여서 벌이는 저질스럽고 난잡한 환각 파티 같은 성질의 것도 아니었다. 맡아지는 냄새가 달랐다. 그런 종류의 모임 끝에 남는 공허하고 허무한, 씁쓸하고 착잡한 냄새가 아니었다. 그런 장소라면 오래된 벽지에 핀 곰팡이처럼 스며있을 법한 무기력함과 패배감의 기운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보다는 좀 더 개운하고 상쾌한, 운동 끝의 땀 냄새에 베어있는 산뜻함이나 발산할 데 없던 에너지를 분출하고 난 후의 시원하고 후련한 느낌에 가까웠다. 즐거움으로 들떴던 공기 속에는 기묘한 승리감이 깃들어 있었다. 조금 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나는 이 위화감의 정체를 알아내고 싶었다. 마구 뒤섞여 있는 감정의 잔여물들 사이에서 먼저 건져낸 것은 분노와 광기였다. 우선은 이것을 단서 삼아 뒤따라 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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