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에게 ‘부동산’이란 말은 쉽게 쓰지만 실은 잘 모르는 단어입니다. 부동산의 의미는 고정돼서 움직이지 못하는 자산을 말합니다. 반대말인 ‘움직이는 자산’(=동산)의 대표적인 것이 ‘현금’입니다. 100만 원이 있을 때 서울에서 부산으로 송금하면 바로 사용 가능하지만, 아파트나 땅은 내 것이라고 해도 필요한 곳에 들고 갈 수 없어요. 그래서, 부동산엔 중요한 특징이 하나 생깁니다. 바로 ‘입지’(못 움직이니까요). 일단 부동산은 ‘아파트’라고 생각하고 풀어보겠습니다.
※ 다른 부동산으로는 건물, 토지가 있지만, 보통의 사회초년생에게는 관련 없는 거라서...
똑같은 브랜드의 아파트지만 왜 서울과 지방의 집값이 다르고, 그중에서도 강남의 집값은 다를까요? ‘입지’라는 것과 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움직이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입지’에 따라 가격이 정말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회사에 취직해서 살 곳을 구하려고 합니다. 한 곳은 지하철역 1분 거리, 한 곳은 지하철역 15분 거리. 월세도 같고, 시설도 비슷해요. 그럼 어디 사실 거예요? 지하철역 1분 거리에 살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하철역, 상권, 교육 등의 요소가 맞물려 가격이 변합니다.
여러 가지 이유를 댈 수 있을 거예요. 땅이 좁은데 인구가 많다. 수도권에 과밀되어 있다. 또 하나는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사고팔 수 있는 상품. 게다가 아주 비싼 상품이다 보니 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건설경기가 대표적입니다. 수많은 부동산 중개업자, 온갖 사기사건, 법무사, 온갖 법과 규칙 그리고 분쟁, 세금, 수익(월세) 등 많은 것들이 엮여 있습니다. 또 하나 이렇게 비싸다 보니 사기 위해서 ‘금융’이 필요합니다. 아파트를 짓는 회사들은 물론, 아파트를 사야 하는 사람들도 돈이 필요해요. 그래서 ‘대출’이란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파트가 ‘상품’이라면 당연히 사고팔아서 ‘차익’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누구나 하게 됩니다. 특히나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부동산 불패신화’가 자리 잡아 왔습니다. 지금 부모님 세대는 DNA에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집을 사지 않겠다는 말을 하면 부모님들은 보통 혀를 ‘끌끌’ 차시죠.
집 한 채 있으면 인플레이션이나 기타 여러 가지 투자 위험에 덜 신경 써도 됩니다. 왜냐고요? 그냥 집값이 올라가니까요. 물가가 오르면 집값이 더 오르고, 저금을 안 해도 집값이 올라서 차익이 남습니다. 그래서, 무리하더라도 대출을 받아 좋은 입지의 아파트를 사려고 합니다. 대출 많이 받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왜? 집값이 오를 거니까요. 오르면 팔아서 빚 갚고도 수익이 남습니다. 최근에 기사에서 많이 나온 갭 투자 역시 부동산으로 차익을 보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자산 중에 상당 부분은 부동산입니다.
그런데, ‘아파트’는 사람이 들어가서 살려고 만든 집이잖아요. 너무 비싸서 사람들이 살지 못하면 뭔가 잘못된 거네요? 사람들의 아우성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는 늘 부동산 정책을 가지고 풀었다, 조였다 고민이 많게 됩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엮여있고, 사람들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부동산 정책은 나올 때마다 중요한 뉴스가 됩니다.
새 아파트는 누구나 살고, 사고 싶어 합니다. 게다가 가지고 있으면 ‘알아서(?) 값이 오릅니다. 조금 오르는 게 아니라 말로만 듣던 ‘억대로’ 오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새 아파트를 최대한 공정하게 살 기회를 주도록 정책을 만듭니다. 그게 ‘청약제도’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새 아파트는 청약통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살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겁니다. 그리고, 신혼부부인지, 자녀가 있는지, 세대주인지, 집 없는 기간(무주택기간)이 얼마인지를 따져서 점수를 더합니다. (가점제도). 기준을 통과한 사람들 중에서 추첨을 해서 아파트를 사게 합니다. 새 아파트가 아니면 이런 자격 필요 없죠. 돈만 있으면 됩니다.
그러니, 청약통장 한 개는 가지고 있는 게 좋습니다.
첫째, 새 아파트를 살 생각이 있으면 갖고 있어야 자격이 되니까. 둘째, 청약통장은 기본적인 재테크 수단으로써의 역할도 하니까. 청약 납입금액의 일부에 대해서 소득공제를 해줍니다. 소득공제는 나중에 연말 정산할 때 당신이 돌려받는 세금에 영향을 끼칩니다. 그리고, 이자율도 형편없이 낮지 않습니다.
※ 청년 우대형 청약통장도 있습니다. 자격이 까다롭지만 되는지 확인해 보세요. (자격 : 만 19~29세 이하, 연소득 3천만 원 이하, 무주택자 세대주). 자격이 되면 이 상품으로 가입하시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에 가서 빌리면 됩니다. 이때 여러분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사회의 어마어마한 벽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첫째로는 ‘이만큼 밖에 못 빌려?’라는 좌절감. 둘째로는 ‘이만큼이나 이자를 줘야 해?’라는 무력감. 다니고 있는 회사의 수준에 따라 대출이자도 달라지고, 나의 신용에 따라 대출금액도 달라지고 ‘사람들이 왜 돈 모으라고 하는지’ 직접 경험해 보셔야 합니다.
※ 미리 알아둬야 할 용어들 ‘DSR’(대출금액이 정해집니다. 체크해보세요), ‘주거래 은행’(월급 들어오는 은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대출이자’ 싸게 협상하셔야 합니다), ‘대출금리’(얼마의 돈을 갚아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낮을수록 좋아요), ‘담보대출’ (아파트를 사면, 그 아파트를 돈 못 갚을 시 은행에 처분권을 맡기는 겁니다. 싫어도 이 방법밖에 없다고 보셔야 합니다)
언제 어떤 아파트를 분양하는지 알아야겠죠? 대표적인 ‘아파트 투 유’라는 사이트 참고하시면 됩니다. 단점은 몇 개월 뒤에 분양하는 것은 안 나옵니다. 그런 건 미리미리 뉴스 등으로 체크해야 합니다. 좋은 아파트를 사려면 부지런해야 한다는 말이죠. 청약기간도 매우 짧아 '어어?'하면 놓칩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은 이제 약 3~4년간 열심히 집값을 내면서 사셔야 합니다. 3개월 단위로 적게는 몇 천만 원에서 몇 억을 내시면 됩니다. 돈 어디 있냐고요? 은행에서 빌렸잖아요. 아! 집값만 냈다고 해서 끝나지 않아요. 재산을 갖게 되신 거라서 세금도 내야 합니다. 취득세와 등록세라는 것을 내셔야 할 거예요. 그리고 이런 큰 일을 하는데 혼자 못하시고 전문가 도움받으셔야 할 테니… 수수료(부동산 중개 수수료, 법무사 대행 수수료, 인테리어 하면 인테리어 비용, 입주 청소 등등)도 준비하셔야 돼요. 슬슬 왜 집을 사지?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가장 이상한 점 하나는 당신의 집은 존재하지 않아요. 지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걸 선(先) 분양이라고 합니다. 집이 없어도 먼저 분양부터 한다는 의미죠.
축하드립니다. 이제 집 값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하면서 열심히 대출금 갚으시면 됩니다. 집값 다 내셨다고요? 맞아요. 분양대금 다 내셨죠. 그 돈 없어서 은행에 빌렸으니까 은행에 적게는 10년, 더 되면 20~30년 갚으시면 됩니다. 좋은 이웃 만나서 층간소음 없기를 바라셔야 하고 아파트 하자가 없기를 기도하세요. 다달이 관리비와 재산세를 내시면서 집값이 오르면 행복해하시면 됩니다.
※ ‘종합부동산세’를 내셔야 하나요? 그럼 정부를 욕하기 전에 엄청난 상류층이 되신 것에 감사하셔야 합니다. 확실히 말씀드리는데요.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자신의 노력만으로 ‘종부세’를 내실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당신은 아닐 가능성이 매우 매우 높으니 ‘종부세’ 이야기에 끼면서 정부 욕하지 마세요. 당신은 아니에요!
머리가 복잡해질 거예요. 집 있는 부모님을 보면 훨씬 대견(?)하게 보이실 겁니다. 그래도 부동산을 말씀드리는 이유가 ‘살 곳’은 어떤 형태로든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결혼해서 자녀도 가질 생각이라면 더 고민하셔야 합니다. 미리 생각해 보라고 설명드리는 겁니다. 당장 ‘집을 포기하겠어!’라는 결정하라는 거 아니고, 당장 이번 주말부터 재건축 ‘딱지’를 보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라는 말씀도 아니에요. 한국에서 살려면 당신이 직면할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집 사려고 하는 것도 아니에요. 집도 역시 ‘필요’하면 사는 거예요. 강남 아파트를 사서 당신이 행복할 거 같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사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굳이 강남을 고집할 필요 없습니다. 잘 찾아보면 내 삶과 잘 어울리는 동네도 많습니다. 그러니 무엇보다 ‘당신이 무엇을 하면서 살지. 그리고 어떻게 사는 게 행복한지’ 그것부터 고민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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