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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리피언 Oct 25. 2022

국영 방송사가 말이야!

국영과 공영

집에서 광화문이 가깝다. 날이 좋은 날은 정동길로 갔다가 광희문까지 걷다 오곤 하는데 이 길이 시위로 조용할 날이 거의 없다.


경찰과 시위대, 단체와 단체 사이의 다툼도 자주 일어나는 곳이다. 지난 번에는 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이 카메라를 든 한 장년 남자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이렇게 외쳤다. "국영방송이 말이야, 대통령 잘할 수 있게 동력이 돼야지 어쩌구저쩌구...."

응? 국영방송? 혹시?

카메라에 붙은 로고를 보니 역시 kbs다.


Kbs를 국영방송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방송 운영 제도를 잘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나도 옛날에 대학 전공 수업에서 배울 때까지는 Kbs가 국영인 줄 알았다. 그런데 국영이 아니라 공영이다.


Kbs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이다. 가끔 방송을 보다보면 프로그램 말미에 "이 프로그램은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만들어졌다"는 고지가 나오는데 이 말대로다. 일부 광고를 유치하지만 중심 재원은 수신료다. 공공의 재원으로 운영되니 공영이다.


그러니 kbs는 대통령의 국정 수행 원동력이 될 필요가 있는 방송사는 아니다. 다만 공공, 그러니까 국민에게 필요한 방송을 만들어야 하는 방송사다.


반대로 우리나라에 국영방송이 아예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나도 그랬는데, 국영방송이 없지는 않다. 국방tv, 국회방송 등이 국영이다. 정부에서 국정 홍보를 위해 만든 채널로, 주로 국가 예산으로 운영된다.


국영인지 공영인지 단어를 헷갈린다고 탓할 마음은 전혀 없다. 다만 국방TV를 보면서는 '아, 정부가 홍보하고 싶은 것이니 비판적인 시각으로 봐야겠다', KBS나 EBS를 보면서는 '아, 공공을 위한 것이니 이런 것을 다뤄야하지 않냐고 제안해볼까'하는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적어본다.


사족. 얼마 전 감사원장이 감사원이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해 논란이 인 적이 있다. 사소한 실수 혹은 대화의 맥락상 일어난 오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감사원의 정체성과 자신의 업무의 정체성을 직시하고 있다면 할 수 없는 대답이었다는 면에서 문제가 됐던 것 같다. 말은 흘러가 없어지는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특히 기관과 기관 재직자, 이용자 모두 제대로 된 정체성을 알고 있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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