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부된 사진은 EBS 극한직업 플러스에 소개된 1학년 교실의 모습이다. 극한직업에 교실이 왜? 교사가 극한직업이라고까지 할 일인가?라고 생각하신다면 한번 내용을 찾아보시길. 입학식 직후 1학년 선생님의 하루를 보면 극한직업이라는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사진처럼 1학년 교실은 말그대로 다사다난하다. 1학년 아이들은 자기 반을 잘못 찾기도 하고 화장실에서 뒤처리를 잘 못하기도 한다.소지품이 없어지는 것은 예사고 방과 후 집에 간다고 한 아이들이 오지 않았다는 연락도 부지기수다. 방과 후가 뭐야, 수업 도중 이동하다 없어지는 일도 예사다. 학교 보내 본 부모들은 자기 아이의 일이었거나 아이 교실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던 상황에 대해 들어본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아이들 공개수업에 참여해보면 이걸 눈으로 직접 보게 된다.아마 공개수업을 앞두고 선생님들이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당부도 하시는 거 같은데 그게 통하면 1학년이 아니다.갑자기 밖에 나가서 어디 가냐면 "화장실 가는데요" 하는 아이가 있질 않나, 40분 착석 자체가 아직 안되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엄마가 와서 잘 보이려고 열심히 하다가 친구랑 싸우는 애들, 선생님 시킨 게 잘 안된다고 우는 애들이 부모가 있건 없건 나온다.
우유마시다 토하는 아이들도 대부분 1학년이다. 갑작스레 찬 우유를 먹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약간의 긴장 상태로 주어진 시간 안에 다 먹어야 하다보니 애들 위장이 놀라는 모양이다.
하지만 선생님은 주어진 시간 안에 먹으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유를 오래 남겨둘수록 교실이 우유바다가 될 확률이 높아지니까.
그러니까 1학년은 사실 초등학교 적응 준비 기간이다. 아직 유치원생인 아이들이 학생이 되는 기간.특별히 어떤 대단한 걸 배우기보다 규칙대로 돌아가는 학교라는 공간에 적응을 하는 시기다.지금의 1학년이 모자르거나 나쁜 것이 아니라 그냥 그 연령 아이들이 그런 것이다.
문제가 되고 있는 조기입학 정책 이야기를 보고 머리가 띵하다. 우리 아이들이야 이제 초등 입학은 어린 시절 이야기가 돼버렸지만 8살에 가도 한참 걸리는 일들을 6,7세에 시작해야 한다니. 생각만해도 마음이 아프다.
유치원은 한 반에 20명 이상 되기도 하지만 보통 보조 선생님이 계신다. 규칙에 적응하도록 돕지만 학교에 비하면 그 수준이 낮다.
가장 큰 차이는 평가다. 이번 정책에 학부모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가뜩이나 사교육 시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조기입학은 조기 사교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자리에 40분 동안 앉아있게 하는 착석학원이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필즈상 수상자 허준이 교수는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 중 하나로 "학창시절을 공부하는데가 아니라 평가받는데 쓰는 것"을 꼽았다. 조기입학은 아이들은 더 어린 나이에 평가에 노출되게 하는 문제가 있다.
정책입안자들은 아마 그런 부분을 보완하겠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럼 왜 학교에 보내나? 학교는 원래 그런 곳인데. 돌봄 문제라면 육아하면서도 일하기 편하도록 만들어줘야지 학교를 보낼 일이 아니다.
드라마 이상한변호사우영우의 우영우가 하는 말중에 내가 늘 가슴에 새기려는 말은 "이 사건은 본질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보고 이런 정책이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본질로 들어가봐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