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계단에서 앉거나 취식은 절대 금물! 엄청난 벌금!
이 광장의 이름은 '스페인 광장'으로 불리지만, 사실은 프랑스인들이 만든 것입니다. 중세 시기에는 이 일대가 프랑스인들의 집단 주거지였고, 그러한 이유로 프랑스의 수도회가 AD 1495년, 광장의 언덕 위에 ‘삼위일체 성당’을 지었습니다. 이후 AD 1726년에는 프랑스 대사관의 도움을 받아 성당으로 오르는 137개의 계단이 만들어지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프랑스인들을 위해, 프랑스인들에 의해 만들어진 만들어진 성당과 계단이었습니다만, 17세기 스페인 대사관이 이곳에 자리 잡으면서, 이곳은 ‘프랑스 광장’이 ‘스페인 광장’으로, ‘프랑스 계단’이 아닌 ‘스페인 계단’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스페인 광장'과 '스페인 계단'은 로마를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로마의 젊은이들에게는 데이트 장소로, 만남의 광장으로 사랑받았고, 관광객들에게는 도보관광으로 지친 몸을 잠시 계단이나 분수에 앉아 잠시 쉬면서 목을 축이는 공간이었고, '스페인 계단'이나 '삼위일체 성당'의 언덕 위에서 바라보는 로마시내의 전경이 멋지기도 해, 관광객과 시민들이 머물러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던 곳입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2019년부터 '스페인 계단'에는 앉는 것도 금지되면서, 예전에 비하면 머무는 사람들이 줄게 되면서 광장의 인파도 좀 줄어든 것 같습니다. (필자는 코로나 이전에 방문해서 항상 붐비는 장소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이렇게 유명해진 이유는 1953년 개봉된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헵번'이 ‘젤라또’를 먹으면서
계단을 내려오는 장면이 유명해진 이유입니다. '오드리 헵번'의 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과 스페인 광장의 배경이 잘 어울려, 이곳에 와서 '나도 꼭 오드리 헵번을 따라 해보고 싶다'는 욕구가 사람들에게 생겼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많은 관광객들이 주변의 젤라또 가게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서 이곳에서 '오드리 헵번'처럼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사진을 찍는 것이 요즘 SNS 유행처럼 번졌습니다. 그리고 여행으로 지친 몸을 잠시 쉬면서 목도 축이고 간식도 먹는 쉼터의 공간이 되어 스페인 계단은 항상 사람들로 가득했죠.
그러다 보니 300년이 넘은 문화재인 '스페인 계단'이 몸살을 앓게 되었습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먹다 흘린 아이스크림과 음료 자국과 쓰레기로 훼손을 걱정하게 되었죠. 그래서 로마 당국은 스페인 광장과 계단에서의 아이스크림은 물론 모든 취식을 금지했습니다. 거기까지는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두 공감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2019년부터 계단에 앉는 것조차 금지가 되면서, 관광객과 시민들은 과잉대응이라는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지금은 이곳에서 음식을 먹거나 하면, 160~400유로의 엄청난 벌금을 물게 되니 조심하세요. 물론 앉는 것도 바로 No!, No!, No!라고 외치는 소리와 함께 경찰의 제지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로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는 것! 로마뿐 아니라 여행지 어느 도시라도 그 나라, 그 도시의 법과 규정을 존중해야겠죠! 아무튼 이러한 단속의 순 기능이라고 해야 할까요? 사람들의 체류시간이 줄면서 항상 북적이고 사람들로 인산인해이던 이곳에서, 예전보다는 호젓하게 멋진 사진을 찍을 수도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스페인 계단을 마주 보고 오른편으로는 <키츠-셸리의 기념관(문학관)>이 있습니다. 이곳은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들을 위한 헌정 기념관입니다. 이곳에는 John Keats, P.B Selley, Lord Byron 등 영국의 낭만파 시인들과 관련된 스크립트와 편지 등 전시하거나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로마에 그것도 스페인 광장에서, 프랑스인도 아니고, 영국의 시인을 기념하는 뮤지엄이 왜 있는 걸까요?
이 기념관은 25살의 젊은 나이에 폐결핵으로 요절한 영국의 낭문주의 시인 '존 키츠'(1795~1821)가 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살았던 곳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역시 영국의 천재 시인이자, '키츠'와 절친이면서 '키츠'가 죽은 다음 해 사고로 요절해, 같은 로마의 공동묘지에 묻힌 '퍼시 비쉬 셀리'(1792~1822), 이 두 사람의 이름을 따 기념관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사실 '셀리'는 이 집에서 살았던 적은 없었다고 합니다. '존 키츠'의 비극적인 삶의 이야기와 그의 작품세계, 그리고 그가 사랑했던 여인 '페니 브론'에게 보낸 편지와 시 등을 중심으로 전시가 되어 있으며, 당대 유럽의 낭만파 시인들의 이야기와 작품과 소장품, 장서 등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시와 문학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애절했던 그들의 삶과 문학의 세계를 이곳을 통해 경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스페인 계단 아래쪽 광장 중앙에는 바로크 양식의 <난파선의 분수>가 있습니다. 이곳은 뜨레비 분수와 같이 로마에서 가장 오래된 수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지대가 높아 당시 분수를 설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 독특한 모양의 분수는 '테베레 강'에 홍수가 났을 때, 배가 이곳까지 떠 내려온 것에 착안해서 배 모양의 분수를 만든 것이라고 합니다.
분수의 물은 위, 아래 두 군데로 나뉘어 있는데요, 위쪽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사람이 마시는 물, 아래쪽 고인 물은 말이 먹는 물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이 난파선의 분수는 이탈리아의 뜨거운 햇빛과 더위에 지친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해 주고 있습니다. 더운 여름에는 약수터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 듯, 이곳에서도 줄을 서서 빈 물병에 물을 채우는 관광객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이 분수뿐 아니라 로마 시내 곳곳에 골목길을 다니다 보면 마실 수 있는 물이 나오는 작은 분수와 물이 흘러나오는 조그마한 수도 모양의 파이프를 볼 수 있습니다. 로마의 탁월한 건축기술로 수백 킬로 밖에서 맑은 물을 끌어와 로마 시민들에게 공급했던 상수도의 수로를 지금의 현대인들도 아직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파이프 모양의 공동수도의 경우 재미있는 게 있는데요. 파이프 아래로 흘러내리는 물은 손을 씻고, 물이 나오고 있는 파이프 아랫부분을 손가락으로 막으면, 파이프 위의 작은 구멍으로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사람들이 고개를 꺾지 않고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잘 몰라서 수도처럼 생긴 몸을 구부려 물을 먹는 경우도 있지만, 파이프 위로 작은 구멍이 보이는 공동수도를 발견하신다면 이렇게 해보시면 편하게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참 간단한 아이디어인데, 사람들을 배려하는 로마의 섬세함이랄까? 기발함이 보입니다.
한편, 7월 중순에서 7월 말 사이에 로마를 방문하신다면 로마의 여름밤에 스페인 계단을 무대로 유명 디자이너들이 참여하는 <알타 모다 패션쇼>가 열리는지 확인해 보고 가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패션쇼의 좌석은 초대받은 손님으로 제한되지만, 시내 한 복판 야외에서 열리는 패션쇼고 계단을 중심으로 런웨이가 펼쳐지기 때문에, 광장 뒤쪽에서 일반인들도 유럽 최고의 패션 선진국, 이탈리아의 디자이너 패션쇼를 감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페인 광장에서 추천드릴 곳은. 광장 바로 앞, 명품쇼핑의 거리로 유명한 ‘콘도티 거리’의 첫 번째 건물에 위치한 <카페 그레코 Caffe Greco>입니다. 카페의 이름은 '그리스인의 카페'를 뜻합니다. 창업주가 '그리스인'이고 약 260여 년의 긴 역사를 가진 곳으로 로마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카페입니다. 이곳은 수많은 예술가와 저명인사들에게 사랑받은 카페로 유명한데, 창업 당시 그대로의 인테리어가 남아 있고, 벽에는 이곳을 자주 찾았던 단골손님인 카사노바, 키츠, 괴테, 바그너, 비제 등 유명 인사들의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