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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오따따 Oct 10. 2020

호모 사피엔스라는 사실을 알아버린 날의 기록


 세상에는  가지 사람들이 있다. 끊임없이 생각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나의 경우는 전자다. 잠을 자려고 누워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이제 생각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하며  생각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이 끊임없이 떠오른다. 나의 머리는 연중무휴 쉬지 않고 돌아가는 생각을 생산해 내는 작은 공장 같다.  작지만 성실한 공장에 잠시 휴식을 주려고 시도한 경험도 있다. 예를 들면 명상이나 요가를 하고, 차분해지는 차를 마시거나 향을 피우며 말이다. 그러나 그런 시도가 무색하게도  번도 휴식을 받아들인 적이 없었다. 멍청한건지 성실한건지 모르겠다. 무슨 보상 같은  주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공장은 조금은 난잡하다.  그대로 의식의 흐름으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중요하거나 심각한 상황에서도  흐름을 벗어난 생각들을 불쑥불쑥 만들어 내버린다.  유용한 것과 무용한 것이 뒤죽박죽 섞여 있다. 가령 시간이 촉박한 기말고사 시험장에서 문제와는 상관없는 생각들을 불쑥 만들어준다. 그렇게 주절 주저리 기어코  소리를 하고야 만다. 나는 머리에 그런 자그마한 공장을 가지고 있다 .


 일상은 집에서 뒹굴거리며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면서도 끊임없이 생각 공장을 돌리는 나를 벌레라고 생각하는 날들이다, 그런데 오늘 250  떨어진 조슈아는  따뜻하게 만들었다. 18세기 영국의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는 『생각은 진정한 의미의 노동이다.』라는 말을 했다. 나의 작은 공장은 항상 진정한 의미의 노동을 하고 있던 것이다.

 <기특한 녀석 같으니라고.  문장을 보고 마음이 정말 따뜻해져 버렸다.  순간에  마음을 카메라 같은 기계로 찍어 본다면 아마 노랗거나 주황빛 따위로 가득 찼을 거다. 허락한다면 조슈아를 올해의 따뜻한 예술가로 뽑고 싶다는 나의 감상은 여기까지만>

노동은 참으로 중요한 행위다. 마르크스는 공산당 선언에서 『노동은 자아를 표현하는 최고의 방식』이라고 했다. 노동은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나를 가장  표현하는 방식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진정한 노동을 하는 작은 공장을 가동하는 사람이란  깨달았다.

 그렇다. 나는 호모 사피엔스  자체라는 사실을 알아버렸다.

 호모 사피엔스라는 말의 의미는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현재 호모 사피엔스이며, 호모 사피엔스의 후손들이다. 생각하는 사람인 호모 사피엔스를 제외한 다른 인류, 이를테면 단순히 도구를 쓰는 호모 하빌리스나 직립보행을 하는 호모 에렉투스 같이 익숙치 않고 어려운 이름을 가진 인류는 모두 멸종했다. 다시 말해 생각하는 사람을 제외하고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는 의미다. 유일한 생존자의 후손인 우리는 아주 오랜 시간 축적해온 생존 데이터를 기반하여 본능적으로 지적이고 똑똑한 사람에게 끌리고 지성을 갈망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호모 사피엔스로서 충실한 행위다. 의식의 흐름대로, 중구난방이지만 끊임없이 생각하고  생각을 만들어내는, 아주 성실히- 돌아가는 머릿속 작은 공장을 애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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