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모르겠다면

첫째는 아무거나 고르는 것

by 이진

 독서가 필요한 시간


 숨을 쉴 때 들숨이 있고 날숨이 있듯이, 글을 쓰는 데에도 마시는 숨과 내뱉는 숨이 있다. 말하자면 글쓰기는 날숨인 쪽이다. 내면의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들숨의 역할을 하는 것 무엇일까? 바로 글 읽기, 독서이다.


 독서는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최고의 미덕이다. 독서는 배움이고, 배움은 무언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제3의 것을 탐구하면서 자연스럽게 스스로에 대해서도 알게 된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독서는 하나의 꿈이다. 그러나 실제로 꿈에 뛰어드는 사람은 많지 않다. 독서를 바라보는 고정관념 또는 실제로 존재하는 장벽 때문이다. 나의 경우에는 글을 쓰다 보니 자연스레 책도 읽게 되었다. 하지만 이전에는 일 년에 단 한 권의 책도 읽지 않았던 때도 있었다. 그간 내가 책과 친해지지 못했던 이유는 도대체 어떤 책을 골라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도서관이나 서점에 가면 숨이 막혀왔다. 이렇게나 빽빽이 들어찬 책들 중에서 단 한 권을 골라야 한다니! 말 그대로 고역이었다. 만약에 내가 고심해서 고른 책이 별로라면? 책을 고르는 것에 대한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다는 고르지 않는 옵션을 택했다.


 나는 읽을 책이 없다는 것을 핑계로 일평생 독서를 미뤄왔다. 구체적으로는 취향에 맞는 책이 없다는 것이 고민이었다. 그러나 시중에 나온 수많은 책 중에 취향에 꼭 맞는 책은 몇 퍼센트나 될까? 많아도 5퍼센트, 적게는 1퍼센트도 채 안될 것이다. 즉 좋은 책을 고른다는 말에는 어느 정도 오해가 있다.



 첫째는 아무거나 고르는 것


 독서를 하겠다고 결심을 한 후에 나는 자주 가는 서점이 아닌 도서관을 선택했다. 책을 고르는 데에 대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자유롭게 책을 펼쳐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서점에서 책을 사려고 하면 꼭 고심해서 한 권을 집어 들게 되었다. 반면 도서관에서는 서 너 권도 스스럼없이 선택할 수 있었다. 대출과 반납 시스템이 있다는 것은 도서관이 가진 최고의 장점이다. 쉽게 여러 권의 책을 선택하다 보면 나중에는 책을 선별하는 방법도 어느 정도 터득할 수 있다. 가령 다른 사람들이 방금 반납하고 간 책을 둘러본다거나, 평소에 미리 메모장에 읽고 싶은 책 리스트를 만들어놨다가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아니면 나만의 직감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도서관을 둘러보다가 왠지 눈에 띄는 책이 있다면 그 책을 고르면 된다. 나름 승률이 높은 방법이다.


 도서관에는 물론 낡고 구겨지거나 낙서가 되어있는 책들도 있다. 너무 오래되거나 색이 바랜 책들은 다소 거부감이 들기도 한다. 빌려 읽는 책의 단점 중 하나다. 하지만 책 속에 담긴 내용이 멋지다면 표지가 조금 낡은 것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낙서된 페이지라고 해서 책의 감동이 상쇄되는 것도 아니다. 도서관 책은 환경보호와 소비 절제의 가치도 있다. 만약 한 번 읽고 난 후에 다시 들여다보지 않을 책이라면 사지 않고 빌려 보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반납 기한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기간 내에 꼭 읽고 반납하게 된다는 점도 장점이다. 도서관을 꾸준히 다니면서 느끼는 뿌듯함은 책을 한 권 사 읽는 뿌듯함보다 더 큰 가치를 지닌다.


 요즘에는 온라인 도서관으로도 책을 빌려볼 수 있다. 지역 도서관 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이북(E-Book)은 물론이고 잡지, 오디오북 등 많은 콘텐츠가 있다. 당연히 스마트폰으로도 빌려 읽을 수 있다. 나는 간단한 에세이들은 이북으로 읽는 편이다. 가끔은 영어도서관에 들어가서 영어 원서나 오디오북을 찾아서 읽고 듣기도 한다. 이렇게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책을 접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하자. 책을 사야만 독서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책 읽기를 일종의 꿈처럼 여겨왔다면 먼저 도서관과 친구가 되어보자. 직감에 따라 무작정 아무 책이나 고르는 것이 첫 번째다. 마음이 단번에 허용하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정 안되면 눈을 감고 손의 감각을 따라 선택해보자. 넘어지지 않도록 조심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여러 가지의 책을 두드려봐야만 책을 고르는 감각도 길러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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