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소생법

매일이 금요일 오후인 것처럼

by 이진

 글을 쓰는 것은 완전히 노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일하는 것도 아닌 상태다. 마치 일주일 전체가 금요일 오후에 머물러있는 것과 같다. 매일매일 주말의 희망을 시험한다. 그런 애매한 희망적 상태가 당신의 기분을 망쳐버릴지도 모른다. 또는 기분을 완전히 고양시킬 수도 있다. 금요일이 좋은 이유는 내일이 주말이기 때문인데, 사실 아니라면 내일의 당신은 원망하겠지만 오늘 당장의 희망은 얻을 수 있다.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꾸준히, 매일, 비슷한 시간에 쓰는 것을 추천한다. 게임 퀘스트를 깨듯이 글을 한 편 마무리하고, 다음 날에도 꼭 그대로 반복하도록 하라. 내일 또다시 '금요일 오후'가 반복되더라도 주말의 희망은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곧 희망한 만큼 황홀한 주말이 찾아올 것인가. 그에 대한 답은 빈칸으로 남겨두고 싶다. 삶이 어떻게 바뀌어나가는지, 무엇이 그토록 달라지는지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깨닫기를 바란다.


 내가 초심자에게 가장 추천하는 것은 모닝 페이지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던 세 페이지의 아침 일기를 말한다. 글을 딱 세 페이지 쓰고 나서 노트를 덮는 것까지가 전부다. 모닝 페이지가 곧 당신의 글쓰기 힘을 깨우도록 도와줄 것이다. 복잡한 감정을 풀어내는 데에 매우 적합한 방법이다. 의식의 흐름 기법을 이용하여 쓰는 것이다. 주제도 없고, 두서가 없어도 상관없다. 만일 글을 시작하는 것부터가 어렵게 느껴진다면 아래에 적어둔 몇 가지 주제를 참고하여 글쓰기를 시작해보라.


최근 날씨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왜 글을 쓰기로 결심했는지

반복되는 일상에 대한 묘사

요즘 읽는 책은 무엇인지

어제저녁에 본 영화와 드라마는 어땠는지

최근에 본 유튜브 영상 중 가장 인상 깊은 영상은 무엇인지

글을 쓰는 것이 얼마나 귀찮고 끔찍한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기 시작한 자신을 위한 격려


 가끔 쓰기 힘든 오래된 기억들이 글감으로 떠오를 때면 눈 앞에 놓인 종이를 마구 찢어버리고 싶을지도 모른다. 또는 그저 쏟아져 나오는 기억을 이리저리 회피하면서 다른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할지도 모른다. 어떤 경우라도 이해한다. 만약 그럴 때는 잠시 심호흡을 하고, 최대한 요즘 일상에 가까운 글을 쓰도록 노력해보라. 나조차도 아직 한 번도 꺼내보지 못한 기억들을 품고 산다. 언젠가는 글로 써 내려가고 싶은 주제들이 있지만 엄두가 안 나게 깊이 박인 기억들은 준비되기 전까지 그대로 둔다. 그리고 일상적 일에 조금 더 집중하도록 한다.




 모닝 페이지 다음으로 추천하는 것은 블로그와 같은 공공플랫폼에 글을 쓰는 것이다. 앞서 모닝 페이지를 쓰면서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을 쏟아내고 나면, 이제 진정으로 남들에게도 보여줄 수 있는 글쓰기를 할 준비가 된다. 어떤 플랫폼이든 좋다. 티스토리, 네이버 블로그, 브런치와 같이 모두가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쓰고 올리다 보면 또 다른 방식으로 글이 확장되기 시작한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거나 공감하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장점이다.


 가끔은 생각지도 못하게 괜찮은 글이 나올 때가 있다. 그렇다면 그 순간 충분히 기뻐하면 된다. 서너 번 더 읽어보기도 하고, 만족감을 누려보자. 기쁨의 유효기간은 딱 24시간이다. 왜냐하면 내일은 새로운 글을 쓸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음에 드는 글이 전혀 나오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자신을 충분히 위로하라. 위로가 허용되는 시간도 딱 24시간이다. 다음 날에는 어떤 생각이나 판단 없이 또다시 글을 써 내려가야만 한다.


 글쓰기는 진부한 내일의 희망에 기대어 버텨내는 것이다. 아마도 당신의 글쓰기 한 편에는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있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을 비추는 것처럼 말이다. 글쓰기로 일상을 둘러보다 보면 삶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생에 대한 연민이 생겨날 것이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좁은 시각에 매몰되었을지도 모르는 순간들이 이제는 평평히 펼쳐놓은 듯 훤히 보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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