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롤러코스터

끈질긴 기다림과 스릴

by 이진

 나는 놀이공원을 매우 좋아하고 즐기는 편이다. 놀이공원만 들어서면 평소에 비교해서 5배가량의 텐션을 유지하고 하루 종일을 버틴다. 이것도 타고 싶고, 저것도 타고 싶고, 색깔은 알록달록하고, 솜사탕은 보고만 있어도 달콤하다. 목소리는 높아지고 내내 입가가 귀에 걸린 상태다. 이토록 놀이공원을 좋아하는 나조차도 몹시 힘든 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기구를 타기 위해 기다리는 긴 줄이다. 가끔은 놀이기구 하나를 타기 위해서 짧으면 30분, 길게는 2시간도 기다리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서너 개만 타도 벌써 해는 지고 있다. 값비싼 자유이용권이 무색한 일은 흔하다.


 그럼에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은 롤러코스터다. 언제나 긴 줄로 붐비는 놀이기구다. 필연적으로 지겹고 지루한 대기 시간을 버텨야 한다. 롤러코스터는 사실 놀이공원에서 가장 가성비가 떨어진다고도 할 수 있다. 그 시간 동안 옆에 보이는 조금 유치하게 생긴 놀이기구를 다섯 번 정도 탈 수도 있고, 츄러스나 구슬 아이스크림을 하나 더 사 먹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항상 롤러코스터를 고집하는 이유는 내가 롤러코스터만의 스릴을 좋아하고, 두 번 세 번이라도 계속 타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전에 책상 앞에 앉는 일은 마치 롤러코스터 한 번을 타기 위해 기다리는 긴 줄과 비슷하다. 매일 같은 시간에 지루한 기다림이 시작된다. 텅 빈 백지를 바라보며 글감을 생각하다 보면 시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것만 같다. 일 초가 일 분처럼 느껴지더라도 단지 기다릴 뿐이다. '오늘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지?', '어제 운동을 하면서 생각해놓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어쨌든 손가락이 움직일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린다. 그리고 글이 시작되면 나만의 끈질긴 스릴이 시작된다. 시작하자마자 끝나버리는 듯한 실제 롤러코스터와는 다르게 글쓰기의 롤러코스터는 원하는 만큼 길게 탈 수도 있다. 내려달라고 손짓을 하지 않는다면 시작과 끝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그 속에서 장전된 스릴을 즐기며 밤낮이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정해놓은 시간이 다 되거나 어느 정도 이야기를 쏟아내었을 때 나는 고고하게 손을 들어 기구를 멈춘다. 속도가 빠른 롤러코스터를 탔을 때는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소리를 지르지만 글쓰기는 다소 다르다. 글쓰기처럼 길고 차분히 이어지는 것에는 어떤 반응을 내보이기 민망해진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무표정한 얼굴 속에서 롤러코스터의 기쁨과 스릴을 맛본다. 그리고 다음날 또다시 긴 줄을 기다리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작가들이 매일 이렇게 글쓰기를 하는 이유는 하나다. 단지 글쓰기를 사랑하기 때문에, 글쓰기의 롤러코스터를 타며 끈질긴 스릴을 즐기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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