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사람

by 주모운

완벽한 사람은 좋은 글을 쓸 수 없다고 말했다. 완벽한 문장을 쓰려는 사람은 여지를 주지 않으니까. 좋은 글에는 빈 틈이 있다고. 독자들은 완성된 문장의 허술한 틈새를 찾아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끼워 넣는 거라고. 그래서 또 하나의 작가가 되는 일이 독서라고 말했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 중에 자기 글이 완벽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어. 좋은 사람들은 더 나아지고 싶어서 계속 변하거든. 그러니 한 번도 완벽해지지 못해.”


내가 쓴 글이 책으로 나오기 전, 처음부터 다시 읽어가며 짚어낸 엉성한 부분들에 얼굴이 붉어져 손을 보려 했지만 끝내 고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그때의 나는 그렇게 초조한 마음으로 떠오르는 문장을 휘갈길 수밖에 없던 사람이니까. 어려운 단어나 담백하게 정리된 문장을 갑자기 끼워 넣어 봤자 다른 문장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남들이 이 부분 읽다 웃겠다. 뭐, 어쩔 수 없지.”


어쩔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 ‘어쩌라고’라는 말과 ‘어쩔 수 없었어’라는 말로 나의 부족함을 스스로 증명했다. ‘어쩌라고’는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내 멋대로 하게 두라는 말이고, ‘어쩔 수 없었어’는 알고 있지만 그게 최선이었다는 말이다. 그러니까 딱히 나쁜 말도 아니지. 누구나 나의 부족함을 찾아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나는 언제든 그걸 인정할 수 있으니까. 다른 사람과 내가 다를 뿐.


“결혼식 날 직접 축가를 부르는 신랑이 노래를 너무 잘 부르면 이상하지 않아? 진심은 조금씩 어설퍼. 서툴러도 용기 내는 모습이 멋진 거지. 가사나 박자를 틀리는 데도 눈물이 나잖아.”


그러니까 최선을 다 하는 게 완벽한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거라고. 얼굴도 모르는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그 사람의 고민이 얼마나 깊었는지 느껴질 때가 감동이지, 진리 같은 명언을 가져와서 이래라저래라 하면 괜히 기분이 나쁘다고.


“그러니까 내가 허구한 날 열심히 살자고 하는 거야. 열심히 일 하고 열심히 쉬고 열심히 사랑해야 돼. 그러다 열심히 하는 게 벅차서 모든 걸 내려놓을 때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한 번 더 고민하는 거지. 맞든 틀리든 그때의 변화로 조금 더 살아갈 수 있거든.”


헛소리인지 잔소리인지 모르지만 하고 싶었던 말을 하고 나면 편안해진다고. 나처럼 살지 않는다고 누군가를 비난하지 않고, 그처럼 살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않으며, 각자의 부족함 속에서 계속 결핍을 채워나가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니겠냐고. 서로의 빈 틈을 채워주는 것이 사랑인 것처럼.


"완벽한 사람을 사랑하는 상상 해본 적 있어?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혀. 실수도 나태도 용서하지 못하는 사람 앞에서 내가 얼마나 거짓처럼 굴어야 할까. 힘든 하루를 나눌 수 없는 사람을 사랑한다고 생각해봐. 내 단점만 꼭 짚어내고 항상 정답의 편에 서는 사람."


완벽한 사람이 가진 슬픔에 대해 생각했다. 허공에 날려버린 몇 분을 아까워하고 낭비를 떠올리면 숨이 막히는 사람이 달콤한 유혹에 빠지는 상상을 했다. 시동이 걸린 차에 무작정 태우고 어디론가 떠나는 상상을. 휴대폰 전원을 끄고 무책임한 인간이 되어,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목으로 넘어가는 맥주의 탄산 소리가 순간을 채우는 그 시간을 나누는.


"삶은 생각보다 쉽게 망가지거나 끝나지 않아. 그저 그 전과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뿐. 조금 허술하게 살아갈지 몰라도, 하늘을 몇 번은 더 올려다보며 사는 사람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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