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火
내가 정말 나쁜 걸까. 어디까지 참고 이해해줘야 하는 거지. 버럭, 짜증, 빈정. 그 모든 것, 나는 하고 싶지 않은데.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잘하는 일인걸까?
그가 나에게 화날 게 두려워서, 그가 날 잠시든, 조금이든 밀쳐낼 게 두려워서 화를 참고 있는 건, 내 기분과 감정을, 온전히, 모조리 드러내기를 주저하는 건 역시 나쁜 일일까? 싸우지 않는 것만이 해결책은 아닐텐데.
하지만 무섭다. 미치도록 싫다.
화를 내는 나 같은 건.
내가 끔찍해하는 내 부모의 모습을 닮은 듯 해서.
그리고 무엇보다, 대체로 화의 원인들은 언제나, 너무나 하잘 것 없어서, 거기에 화가 난다는 자체에 기가막힐 정도로, 사소하고 보잘 것 없는 것들이어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당신은 나와 정반대인 사람.
어떻게 처음엔 당신이 나와 너무나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었는지 믿기지 않을만큼.
당신, 변했어 라고 말하는 모든 이들은 사실 애초에 착각 속에 있었음을, 멋대로 상상한 이미지를 덧씌우고 있었음을 깨달아야 하는 때가 온다.
만일 내가 그 사이의 거리를 건너갈 자신이 없어지면, 그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거야?
당신에겐 간단할까. 받아들일 수 있거나, 없거나.
정말 그렇게 단순하고 냉정하게 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