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조약돌 둘 10화

쥐불놀이

금 金

by 하이디 준

버릴 수 없는 것들이 있고, 버리고 싶은 것들이 있다. 그렇게 애틋하고 질긴 것들이 한데 뒤섞여서, 내 주위를 맴돌고, 쌓여가고, 굳어버리고. 푸석푸석한 일상이라는 벽을 만들어낸다. 그 밋밋함이 미치도록 견딜 수 없을 때가 있는가 하면, 그 안온함이 더없이 사랑스러울 때도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날 붙잡고 놔주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니까. 파괴하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 버릴 수 없는 것들조차 버리고 싶은 것들과 함께 깡그리 내쳐버리고 싶다고. 고래고래 소리라도 질러보고 싶지만.


그건 아마도 잠들지 못하는 밤의 생각이다. 지독한 밤에 시달린 후 맞는 아침은 언제나… 우스울만치 평온하고, 가볍고, 산뜻한 망각의 공기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나는 늘상 불행과 불만족에 더 익숙해서. 아침엔 밤을, 밤에는 아침을 그리워한다. 그렇게 계속 내 맘과 어긋나는 삶을 흘려보내다 보면, 믿을 수 있는 것, 의지할 데라고는 죽음뿐. 이렇게 질질 다리를 끌며 걸어가도, 결국 그에게 닿을 거라는 아주 작은 위안.




머릿속에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고

마음에도 물결 하나 일렁이지 않으면

그건 죽은 걸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걸지도 모르잖아.

땅을 갈아 엎어버린 것처럼.

새롭게 태어날 준비가 끝난 건지도 모르잖아.

하지만 기다려도, 아무리 기다려도

새싹 하나, 혹은 공기방울 하나라도 올라오지 않으면,

그 땐 정말 죽은 건데. 그럼 어쩌지.

비어버린 채로, 죽은 채로, 어떻게 지내야만 하지.


태워야지.

이미 죽어버린 거라면

불로 활활 씻어버려야지.

재 한 줌 남김 없이

바람에 날려버려야지.

끝에서만 머물 수 없으니까.

떠날 때가 되었으니까.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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