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커진 기업, 발이 묶인 거인

UnitedHealth 사례로 본 성장의 역설

by 송동훈 Hoon Song

UnitedHealth Built a Giant. Now Its Model Is Faltering.


By David Wainer

May 20, 2025 5:30 am ET


미국 최대 의료기업인 UnitedHealth의 최근 상황을 보면서 '성장'에 대한 깊은 생각이 들었다. 한때 의료 산업의 부러움을 샀던 이 거대한 기업이 지금은 위기를 맞고 있다.


1. 성공의 원천이 실패의 씨앗이 될 수 있다. UnitedHealth는 보험사, 의사, 약국, 소프트웨어를 모두 통제하는 수직 통합 구조로 엄청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그 통합 모델이 오히려 약점이 되고 있다. 의료비가 급증하고 규제가 강화되면서, 한쪽이 아프면 모든 부분이 함께 아픈 구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


2.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지난 10년간 UnitedHealth의 순이익은 56억 달러에서 220억 달러로 증가했고, 주가 수익률은 715%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런 급성장 뒤에는 Medicare Advantage 프로그램에서의 과다 청구 의혹이 있었다.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면 결국 장기적 신뢰를 잃게 된다.


3. '너무 커서 망할 수 없다'는 믿음은 위험하다. UnitedHealth는 40만 명의 직원을 둔 산업의 거인이었다. 하지만 사이버 공격으로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고, 보험 부문 책임자가 암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까지 발생하면서 거대한 규모가 오히려 시스템적 위험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4. 정치적 환경의 변화는 예측하기 어렵다. UnitedHealth는 비용 관리를 위해 인공지능 분석과 사전 승인 절차를 활용했다. 그러나 정치적 압력이 높아지면서 이런 통제 수단을 완화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다시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변수가 존재한다.


5. 맹목적인 모방은 위험하다. UnitedHealth의 성공에 CVS Health 같은 경쟁사들은 수직 통합 전략을 모방했다. 그런데 환경이 바뀌면서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남의 성공 공식을 베끼기보다는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자신만의 유연성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6. 신뢰는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투자자들은 오랫동안 UnitedHealth가 일관되게 실적 전망을 뛰어넘을 것이라 믿었다. 그러나 이제 그 '맹목적 신뢰'는 사라졌고, 회사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프리미엄 밸류에이션도 함께 사라졌다. 신뢰는 쌓기는 어렵고 무너지기는 쉽다.


7. 전략의 유효기간을 알아야 한다. UnitedHealth는 오바마케어 규제에 대응해 보험보다 의료 서비스 쪽으로 초점을 옮겼다. 한동안 이 전략은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하지만 규제 환경이 다시 변하면서 그 전략은 유효성을 잃었다. 모든 전략에는 유효기간이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어느 산업이든 한때의 성공 공식이 영원할 수는 없다. UnitedHealth의 사례는 기업 성장의 역설을 보여준다. 너무 커지면 발이 묶이고, 너무 강해지면 정치적 압력을 받는다. 그리고 너무 복잡해지면 위기 때 방향을 바꾸기 어려워진다.


결국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움직임의 자유를 잃지 않는 균형이 필요하다. UnitedHealth의 향후 행보가 많은 기업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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