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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호정 May 12. 2023

오겡끼데스까! 와타시와 겡끼데스!!

 

 설경과 자기소개와 시 낭송과 함께 시작한 둘째날은 영화 <러브레터>의 촬영지인 천구산(텐구야마)에 가서 케이블카를 탔고, <와타나베준이치 문학관><북해도립문학관>, 그리고 <홋카이도대학>에 다녀왔다.


 영화 <러브레터>는 개봉한 지 30년쯤 된 것 같은데,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겨울이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영화다. 게다가 여자주인공이 눈 위에서 사무치게 외쳤던 '오겡끼데스까'는 겨울이 아니어도 불쑥불쑥 내뱉는 인사말이 된, 그렇게 만들어버린 영화.



 눈밭에 구르며 셀 수 없이 외쳤던 그 날의 오겡끼데쓰까.

 나에게, 내 가족에게, 이런 여행을 만들 수 밖에 없게 만든 태고적 부터의 문학가와 문학애호가들에게 마음속으로 입밖으로 수없이 건넨 오겡끼데스까. '나'라는 인간에게 스민 모든 존재들에게 응원과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고 싶다.


정말 영화에 나올 수 밖에 없었겠다 싶은 풍경은 지금도 머릿속에 마음속에 아련하다.






 



 <와타나베준이치 문학관>이 홋카이도에 있는 이유는 그가 이 지역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의사출신이었으며 문학관에 있는 사진들을 보니 준수한 외모를 가진 분이었다. 갑자기 호감도 상승. 본인의 작품들이 영화화된 것들이 많아 배우들과 찍은 사진들이 꽤 있었고(염문설도 있었다 함^^), 같은 홋카이도출신 작가들과 찍은 사진들도 눈에 띄었다. 그중엔 미우라아야코와 찍은 사진도 있었다.


 내부가 사진촬영불가라 사진이 없고 다녀온 지 5달이 지나 기억도 희미해진 것이 안타까운데 그의 친필로 쓰여진 작가노트와 의사이던 시절의 메모들이 전시되어 있던 것이 기억난다.




 <북해도립문학관>은 <와타나베 준이치 문학관>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었다. 두 곳 모두 <나카지마 공원>이라는 곳에 있다. 공원자체가 상당히 큰 것이다.


  가는 길이 너무 멋졌다. 하늘위로 쭉쭉뻗은 전나무들의 모습과 쌓여있는 눈때문에 동네 아이들과 강아지들이 언덕에서 썰매타며 놀고 있는 모습이 멋짐지수를 더 높였다.


도쿄가 있는 본섬과는 떨어져 있죠

 


 홋카이도는 도쿄가 있는 일본 본섬과는 떨어져있어서 문화가 조금은 다르다고 한다. 아이누족이 살던 이곳에 본토 사람들이 이주해와 개척해서 현재의 홋카이도가 되었다. 일행 중 일본에 20년간 사셨던 분이

 "여기는 본토랑 달라요, 느낌이 상당히 달라." 등의 말씀을 자주 하셨었다.






 우리가 <북해도립문학관>에 갔을 때는 "키친"이라는 소설로 유명한 '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인 '요시모토 타카아키'의 특별전시가 있었는데 요시모토바나나는 잘 알고 있지만 그의 아버지는 잘 몰라서 크게 관심이 가진 않았다. 이곳에서는 이 도립문학관에서만 판매한다는 최근에 출판된 미우라아야코의 책을 일본어를 1도 모르면서 그냥 사부렀다.


읽게 될 날이 올 것입니다!!^^






늦은 오후가 된 것 같지만 낮 2시다.


홋카이도대학은 진짜 크다. 삿포로농업대학으로 시작해서 후에 종합대학이 되었는데 일본내에서도 10위권안에 들고 노벨상수상자도 3명이나 배출한 명문대학이다. 학교안에 박물관이 따로 있어 홋카이도의 역사도 알 수 있고 이 지역에 살았던 동물들, 특히 공룡같이 큰 동물들도 자연사박물관처럼 전시되어 있어 아이와 함께 와도 참 좋을 곳이었다.


 우리가 10대였던 시절 유행처럼 말하고 들었던 말 중 하나가 바로 "보이스 비 앰비셔스 (Boys, be ambitious)"일텐데, 이 말을 한 사람이 바로 이 학교 초대교두('교감'에 해당하는 직위지만 학교의 교육과 철학 등에 관여하는 등 직위 이상의 일을 했다고 한다)인 윌리엄클라크 박사다.

 꿈도 야망도 없었던 당시 일본 젊은이에게 도전을 주며 교육에 힘썼고 홋카이도에 선진낙농업을 정착시켰다고도 한다.




곳곳에 그의 사진과 어록과 문서들이 전시되어 있고 교문쪽에는 흉상도 있다.


아침부터 움직이는 빡빡한 일정이라서 커피한잔 마실 시간도 없었다. 숙소로 들어오면 그냥 뻗어버릴 것 같았지만 또 커피사러 나갈 힘은 남아있더라.



참새방앗간처럼 드나들던 세븐일레븐의 커피기계^^


룸메언니와는 모든 것이 조화로웠다. 언니는 상당히 내성적인 편이라 내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언니도 말이 없었다. 언니가 먼저 말을 하는 경우는 "나 화장실 좀 오래 쓸 것 같은데.." 정도.

침대위치나 화장대와 드라이기를 선점하는 것, 화장실을 오래 혹은 짧게 쓰는 것, 잠자고 깨는 시간 등 한 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충돌위험에 단 하나도 부딪히지 않았다. 긴장하거나 눈치보지 않았다.


 모르겠다. 언니는 참고 지냈었는지도.

 적당히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불편함이었길 바란다.


 나에게는 바깥에서의 이동 뿐 아니라 방 안에서의 휴식과 잠까지도 모든 것이 완벽했던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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