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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의 말9: 12.3내란범들, 단체로 미친 걸까?

12.3내란사태 전후로 계속 돌출하는 무속인 행렬

by 이인미

이번 호의 글은 <전체주의의 기원> 제12장 "권력을 장악한 전체주의"에서 뽑은 문장들로 구성한다. 그 사이사이에 조금씩 나의 의견을 추가한다. 인용된 아렌트의 말(따옴표로 표시함)을 잘 읽어봐주시기를.


전체주의사회의 몰상식 위에는 그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미신의 터무니없는 '초감각'이 자리잡고 있다. Over and above the senselessness of totalitarian society is enthroned the rediculous supersense of its ideological superstition.


전체주의이론가 아렌트에 따르면 초감각, 즉 미신이 전체주의정권의 핵심적 속성 중 하나다. 이번 12.3내란사태를 전후로 공교롭게도 무속인(아기보살 노상원), 유사 무속인(김건희, 건진, 천공, 명태균 등)들이 지속적으로 출몰하는 것을 보면 윤씨정권이 전체주의적 속성을 상당히 갖고 있었다는 점을 드러내는 하나의 단서로 볼 수 있다.




그런 체계가 정상이 아니고 미쳤다고 하는 것은 다만 첫 번째 전제에만 있는 게 아니라 그 체계를 구성하는 논리성 자체에도 있다. The insanity of such systems lies not only in their first premise but in the very logicality with which they are constructed.


아렌트의 문장에서 '첫 번째 전제(the first premise)'라는 것은 미친 체계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자기들의 믿음을 구축하기 시작하게 된 '첫 번째 전제'를 가리킨다. 아렌트는 첫 번째 전제를 믿고 그 위에 논리성을 더해가는 전체주의적 속성을 편집증 환자에 빗대었다. 여기서, 혹시 윤씨정권에 무슨 '논리성'이 있었겠는가 의심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그들에겐 그들 나름의 '논리성'이 있(었)다. 그들은 첫 번째 전제를 받아들인 다음, 그 전제의 뒤를 잇는 내용들을 논리적으로 구축했다. 이를테면 이러한 것이다. 그들은 부정선거를 확신했기 때문에 중앙선관위를 공격했다. 여론조작을 의심했기 때문에 여론조사'꽃'의 운영자 김어준을 습격했다. 민주당의 견제와 한동훈의 배신을 덮어놓고 맹신하고 혐오했기 때문에 민주당과 한동훈을 제거하고자 국회 경내에 침투했다. 그들(만)의 논리지만, 논리적으로만 보면 원인과 결과가 맞아들어간다.




그 무엇보다 오로지 일관성이 중요하다. Nothing matters but consistence.

전체주의가 보통 인간의 존엄성이라 일컫는 것을 흔적도 없이 파괴할 필요성을 느낀다면, 이는 주로 이 초감각, 완벽한 일관성을 위해서다. It is chiefly for the sake of the supersence, for the sake of complete consistencey, that it is necessary for totalitarianism to destroy every trace of what we commonly call human dignity.


윤씨일당은 인간의 존엄성에는 하등 관심이 없다. 자신들이 믿는 것을 "일관되게 만드는(조작이 필요할 수도 있음)" 일이 더 중요하다. 윤씨일당이 믿는 것은 아마 이런 것들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무속적인 것(그들 표현으로 '영적인 것')은 유익하다, 부정선거는 확실하다, 여론조작이 현재진행형이다, 개인적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통합하며 움직이는 이재명 같은 사람은 비현실적이다, 약점 잡힌 사람은 굴복할 수밖에 없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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