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도남의 몇 가지 특징(1): 정조

soft feminism

by 이인미

자기중심적이다

외도남의 특징에 대하여 이론체계를 세워 발표하는 건 상당히 어렵고 까다로운 일이다. 이 주제를 어떤 과목(?!)에 넣어 연구해야 할지조차 명확하지 않다. 사회학? 인류학? 통계학? 생물학? 심리학? 윤리학? 법학? 뇌과학????


나는 그저 내 경험(직접/간접)에 비추어, 외도남의 특징을 몇 가지로 정리해보려 한다. 그러니 1/n의 의견이려니 생각하고 읽어주길 바란다. 단, 1/n의 의견이긴 하나, 50대 싱글여성으로서 아내의 입장이 아닌 관점(제3자의 객관성)을 견지하고 있으며, 또 외도남을 친구(?)로 두었던 경험에 바탕해있으므로 약간의 타당성 및 신뢰성을 갖추고 있음에 대해서 자부하는 바다. 이제부터 내가 다룰 외도남은, 일회성 외도가 아니라 습관적으로 외도를 하는 남자를 가리킨다.


외도남은 자기중심적이다. 아내를 두고 다른 여성에게 접근할 때 그는 자기자신을 어필한다. 아내 앞에서 남편 혹은 아빠의 의미(라고 쓰고 ‘권위’로 읽는, 때로 허세처럼 보이는 그것)를 내세우는 것과 확연히 다른 태도다. 그는 아내 아닌 다른 여성 앞에서 비로소(!) 자기자신이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그는 자기자신이 되는 자기의 심리적 과제를 아내 앞에서는 감당하지 않는 타입의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컨대 외도남의 자존감은 아내 앞에서 거의 발휘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아내 앞에서 무기력한 자존감이다. 어쩌면 ‘남편입네, 아빠입네’를 수시로 내세우며 자신의 심리발달과업에 대한 무기력을 상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말하자면, 남편&아빠의 권위는 심리적 과업성취에 대한 실패를 안 보이게 해줄 연막탄 같은 것이다.


아내가 특별히 억세거나 공격적인 성품이 아니어도 그런 현상은 발생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외도남이 아내와의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이끌어가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인간관계는 상호적인 것이므로, 아내의 성품이 부부관계에 전혀 작용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그러나, 외도남의 극단적 자기중심성을 해체할 수 있는 여성은 흔치 않다.


외도, 불륜은 근본적으로 외도 당사자의 문제며, 자기중심성의 발현이다. 자기확인을 위한 외도랄까, 그런 것이라 할 수 있다. 남성의 경우 이 경향이 좀 더 짙은 것 같다. 그리고 외도는 정조(fidelity)의 문제다. 남편이 외도했다면 남편의 정조가 이상징후를 일으킨 것으로 봐야 한다. 그의 정조개념에 오류가 일어났다는 사실이 초점이다. (그 오류를 배우자가 인식하고, 바로잡지 못하였다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가 된다. 물론 이 또한 중요한 문제지만.)





정조가 불충분하다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의 사회심리발달단계 이론에 따르면, 정조가 발달하는 시기는 사춘기 혹은 청소년기다. 열두 살에서 열여덟 살 혹은 스무 살에 이르는 시기를 가리킨다.


사춘기 시기에 인간은, 자기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정체성 확립과 정체성 혼돈 사이에서 흔들리면서 인간은 정체성을 확립해나간다. 완벽하게가 아니라 건강하게 정체성이 확립되어나가는 동안 그에게 정조 또한 균형있게 성립되어간다. 정조가 자기정체성 확립과 혼돈 시기에 균형있게 발달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자기중심성과 일정 정도 관계가 있음을 또한 반증한다.


건강하게 자기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한 사람은, 자기중심성을 대체물로 사용하게 된다.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건강하게 확인하며 건강하게 인정하지 못하기에, 그 대신에(!) 주변환경을 자기중심으로 과도하게, 이기적으로 재편하는 거다.


내가 아는 ‘습관성 외도남’ 중 한 명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는 대학입시를 치를 때 독한 술을 가슴에 품고 시험장에 갔다. 그러나, 그가 막상 술을 먹고 술에 취해 시험을 본 건 아니었다. 다만 작은 술병을 교복 속주머니에 넣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러니 술이 시험결과를 직접 좌우하는 요인이었을 리 없다. 그러나, 시험에 임하는 그에게는 독한 술이 심리적 안정감을 주었다. 그것이 그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는 거다.


왜 그는 스스로 자기 마음을 편안하게 하지 않았을까? 아니 편안하게 하지 못했을까? 그는 스스로 자기 마음을 편안케 하는 방법을 알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그는 자기 내면의 힘을 사용하지 못했다. 간단히(?) 외부(술)의 도움을 받아야겠다는 계획만 세웠다. 도무지 어떻게 자기자신을 안심시킬 수 있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