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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렌트의 말5: 법치와 인치에 관하여

by 이인미

법치주의 nomocracy, governments of law

민주주의 democracy, governments of men


고대 폴리스의 민주주의의 전통을 확대 계승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대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룬 것은 18세기 프랑스혁명, 미국혁명이라고 볼 수 있다. 18세기 프랑스혁명가들, 미국혁명가들에게서 관찰되는 정치적 통찰에 대한 아렌트의 분석에 따르면 ‘법치’는 ‘위로부터의 권위’를 기원으로 삼는 반면 ‘민주’는 ‘풀뿌리 즉 아래로부터의 권력’을 기원으로 한다. 여기서 '위'라는 것은 '상위의 선험적 영역'이라는 뜻을 가리키기 위해 쓰인 단어고, '아래'라는 것은 '시민 대중에게서부터 분출되어 나오는 의견'을 의미하고자 쓰여진 단어다.


법관(들)은 ‘내가 마지막에 판결해주지‘ 하는 권위적 우월감을 기본값으로 갖추고 헌법 및 법률을 다룬다. 그리고 국민(다른 말로 인민, 시민, 민중 등)은 ’요구하고 견제하고 압박하는‘ 권력을 구성하고 실행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①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미국혁명.jpg


로베스피에르를 비롯해 프랑스혁명 참가자들은 막연하게 알고 있었고, 미국혁명 참가자들이 확고하게 알고 있었던 것은 바로 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상호신뢰, 보통사람들에 대한 신뢰의 힘"이라는 점이었다. 즉 권력이, 상호약속을 통해 결속하며 계약을 통해 구성한 조직(bodies)에서 생활하는 사람들로부터 유래했음을 알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보통사람들에게서 분출되어 나온 권력이 한 나라 즉 '영구적인 연합(perpetual union),' 새로운 권위(new authority)를 형성하기에는 아직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이거다.


국민 및 의회 내 국민 대표자의 권력은
법의 사실적 존재를 가능케 하는 근원이었다.



국민이 법의 권위를 수긍하고 법의 권위에 복종하는 근거는, 그것(법)이 국민으로부터 나온 권력을 근원으로 삼을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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