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트레이너 찾기 4. 프로그램
필자가 생각하는 피티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를 꼽으라면 "한 명의 고객만을 위한 체계적인 수업 프로그램"일 것이다. 개인의 운동 목적과 특성에 맞춘 가장 효율적이고 안전한 운동. 그것 때문에 피티를 받는 것 아닌가?
물론 혼자 하기 싫어서, 처음이라 아무것도 몰라서, 트레이너가 맘에 들어서 등등 다른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피티의 가장 핵심 요소임에는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많은 필라테스 트레이너이 프로그램도 짜지 않고 그냥 수업에 들어가서 즉흥적으로 진행하는 삼류들이라는 것이다. 필라테스 피티를 받아 본 사람들은 놀랐을 것이다. 나를 담당했던 트레이너가 프로그램도 안 짜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수업을 진행했다고?
트레이너가 수업 중간중간 프로그램 차트를 보면서 수업을 진행했거나, 수업 도중 혹은 끝나고 무언가를 적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없다면 전부 해당된다고 보면 된다.
그동안 비싼 피티 비용을 지불하고 그룹수업에 들어갔는데 운 좋게 혼자만 나와서 혼자 그룹수업을 받는 정도의 수준밖에 안 되는 수업을 받은 것이다. 심지어 그룹 수업을 하는 트레이너들도 프로그램 안 짜고 즉흥적으로 수업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점이 필자가 일하면서 트레이너들을 관리, 교육하는데 가장 힘들었으며, 아무리 좋게 얘기를 하고, 이점에 대해 설명하고, 검사를 하고, 확인을 하고, 페널티를 줘도, 그 중요성을 인지하고 실천하려는 트레이너가 별로 없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행동을 변하게 만든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고 느끼게 된 계기다 되었고, 이것이 일을 그만 둬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필라테스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고 헬스 트레이너는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그나마 수업 끝나고 오늘 했던 내용이라도 적어서 기록이라도 해 두는 사람은 이류 정도는 되겠다. 쓰기만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지만 쓰는 사람도 없다는 게 참 답이 안 나온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이유는 필라테스 센터가 갑자기 급증하면서 트레이너를 관리하는 체계가 없는 센터들이 많아져서 그렇다. 첫 직장에서 습관을 들이지 못한 트레이너는 이 중요성을 알지도 못하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한다. 여태까지 그렇게 안 해도 잘 해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을 안 짜고 즉흥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 혹은 그냥 생각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운동들 로만 수업을 진행하는 것과 운동 목표를 향한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서 그에 맞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엄연히 질이 다르다. 당연히 그렇게 수업을 하는 법도 모른다.
혹자는 기억해서 한다고 하는데 그건 불가능하다. 필자도 상황 기억력이 좋은 편인데도 운동 차트를 보면 기억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하루 평균 수업을 6~8개씩 하고, 비슷한 체형의 비슷한 운동 목적을 가진 회원이 하루에 몇 명씩이고 오고 가는 상황을 몇 년씩 반복하다 보면 점심에 먹은 김치찌개가 오늘이었는지 어제였는지 저번 주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회원이 저번에 한 수업을 다 기억하고 운동 목적과 주의사항에 충실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에 맞는 그에 따른 피드백 수업을 차트를 전혀 쓰지 않으면서 전부 외워서 진행한다고? 멘사 회원도 그건 불가능하다. 소년탐정 김전일 정도나 되면 모를까.
내가 수업받고 있는 트레이너가 기본을 갖췄는가를 보려면 지금 당장 확인해 보길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지금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고 몸매가 이뻐져요."
"계속하다 보면 조금씩 좋아지겠지."
하는 수준의 운동 동영상을 보면서 운동하고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기본에 충실한 트레이너가 좋은 트레이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