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4596년
"시간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인간이 만들어낸 착각이다."
우리가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현재까지 오직 열역학뿐이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에게 시간이란 너무나도 골치 아픈 존재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사용하는 달력은 어떨까?
우리에게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서력기원(현재 AD.2020년도의 개념)의 개념... 즉, 오늘이 2020년 00월 00일 이런 개념이 한국사회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은 10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사극을 보더라도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연도의 개념은 즉위한 왕의 집권한 해의 수를 기준으로 사용하였다. 연호의 개념으로는 명나라의 연호와 청나라의 연호를 기준으로 사용하였다.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 것인가에는 개인차가 있겠지만 가장 극명하게는 그시대 사람들에게 날짜의 개념은 지금 개념과는 매우 차이가 있었을 것이며, 학자들을 제외한 일반인들에게 1000년 이상의 단위는 상상할 수 조차 없는 큰 개념이었을 것이다. 기껏해야 3자리를 넘지 않는 해의 기준은 오히려 일상생활에 더 직관적이었을 수 있다.
마치 “내년이 XX왕 23년이야, XX왕 28년에나 적금이 나오겠군..” 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AC(After Christ)와 AD(라틴어: Anno Domini 아노 도미니) 기준 연도는 기독교에서 예수가 태어난 연도를 기준점으로 잡는 종교적인 방법이다.
혹시 우표수집을 해본 사람이라면 연도가 19xx 가 아닌 45xx 년도로 되어있는 우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단기라고 불리던 연도 방식도 불과 1970년대에 실제 사용되던 시간의 기록 방법이었다. 그 의미는 단군기원(檀君紀元) 또는 단기(檀紀)는 한민족의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인 단군의 고조선 건국 연대를 기준으로 하는 상징적인 기년을 잡는 방식이다.
그렇다면 현대의 세계 모든 나라들이 모두 같은 표기법을 사용할까?
아니다.
재밌게도 전 세계가 인터넷으로 그리고 모바일로 연결된 21세기에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연도를 기록하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만 하더라도 매년 황기(황기(皇紀): 기원전 660년이 기준연도, 신무천황 즉위기원神武天皇即位紀元)를 사용하였다. 지금도 소수의 단체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저 멀리 이집트의 Bronze Age, 이란의 고대 페르시안력 등등 거의 모든 나라들이 각각 고유의 기년 체계를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또 다른 재밌는 예로써 프랑스혁명으로 수립된 공화국에서는 잠시나마 그레고리력(우리가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태양력)을 폐지하고 새로운 역법을 통한 프랑스혁명력을 사용하였다. 과거의 폐단과 단절한다는 의미에서 10진법식 요일 제도도 채택했는데, 이를테면 일주일이 열흘인 셈이다. 이미 7일 형식의 일주일 개념이 자리 잡힌 유럽 사회에서 대내외적으로 큰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처럼 시간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생활상의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 19세기 산업혁명 이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시간의 개념은 동이 뜨고 지는 하루의 단위와 해가 중천에 뜨는 정오 정도의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철도 교통이 발전하고 GMT(그리니치표준시)를 기준으로 한 철도 시간(Railway time)이 생기기 전까지 표준 시간은 각 도시마다 제각기 정해진 시청 앞 시계탑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이는 시청이 갖는 권력과 힘의 중심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의미이기도 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분단위 생활권에서의 통일된 시간이 생활 속에 확산된 것은 불과 50년도 채 되지 않았다.
이처럼 시간의 개념은 매 시대마다 당시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변해 왔다. 그리고 지금 첨단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편한 시간과 날짜 개념에서 과거의 추억과 기억들을 기록하고 색인화 한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12시간의 반나절 그리고 2020년을 살고 있는 지금 이 숫자가 마치 우리 일상의 나침반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기록된 시간들은 기억의 나침반을 통해 추억되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이 지금 당연하게 사용되는 이 기준도 바뀔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우주의 영역으로 확장하면 단위가 수억 단위는 쉽게 넘어가 버린다. 오히려 너무 큰 숫자이기에 감이 안 잡히는 것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너무나도 정밀한 세슘(Cs) 원자시계를 이용하여 수십만 년에 1초의 오차 범위 이내로 정확한 세상을 살아가는 현세대에게 손목에 찬 시계는 무슨 의미를 갖을까 생각해본다.
- 참고문헌 및 자료 -
머니투데이 기사 - [기자도 헷갈리는 우리말] 년도, 연도-나윤정 기자 2015.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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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 기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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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정확한 시계는 얼마? <KISTI의 과학향기> 제55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