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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원 Nov 14. 2024

에필로그: Perfect한 새로운 시작

서울 스타트업 컨퍼런스 2025, VIP 대기실.


서준은 마지막으로 PPT를 확인했다. 'Perfect 2.0: 불완전함이 만드는 완벽한 교육'. 

작년과 달리 이번엔 기조연설자였다. 긴장보다는 설렘이 앞섰다.


"작년 이맘때가 생각나네."

하진이 커피를 건네며 미소 지었다. 


"그때는 발표 원고를 수십 번 고쳤었죠. 이번엔 즉흥적으로 해보려고요."

"또 한 번의 실험이구나?"

"네. Perfect처럼요. 우리도 계속 진화하는 중이잖아요."


Perfect는 이제 전국 300개 학교에서 사용되는 플랫폼이 되었다. 

실리콘밸리에서도 러브콜이 왔다. 하지만 서준에게 더 중요한 건 다른 것이었다.


"저기 봐요."

서준이 가리킨 곳에는 유진이 후배 개발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제는 Perfect의 개발 총괄이 된 그녀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1년 전 사직서를 들고 떠났던 그때와는 전혀 달랐다.


"팀이 50명으로 커졌는데도 여전히 가족 같아서 좋아요.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니까 오히려 더 단단해진 것 같고요."


그때 박민우가 조용히 다가왔다.


"기조연설 준비는 다 됐나요?"

"아뇨, 전혀요."

서준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게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완벽한 준비 대신 진솔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요."


"그래서 말인데..."

박민우가 주머니에서 낡은 수첩을 꺼냈다.

"이걸 읽어봤으면 해서."


그것은 박민우의 옛 일기장이었다. 94년부터 시작된 그의 실패와 성장의 기록들.


"저도 한때는 완벽을 추구했어요. 세 번의 실패를 겪고 나서야 깨달았죠. 불완전함이 주는 선물들을요."


서준은 일기장을 조심스레 넘겼다. 페이지 사이사이에 박민우의 젊은 날의 고민이 묻어났다. 그리고 마지막 페이지에 눈이 멈췄다.


'2023년 3월 15일 - 오늘 특별한 청년을 만났다...'


"이제 가봐야겠네요."

박민우가 일어섰다.

"이제는 당신 차례예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실패해도 괜찮아'를 전해줄 차례라는 거죠."


무대에서 서준의 이름이 호명되었다. 객석에는 500명이 넘는 청중이 앉아있었다. 

그중에는 Perfect를 사용하는 학교의 교사들도 있었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창업가들도 있었다.


"안녕하세요, Perfect의 강서준입니다."

서준이 마이크 앞에 섰다.

"오늘은 '실수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객석에서 잔잔한 웃음이 퍼졌다. 서준은 청중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보았다.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1년 전, 이 자리에서 저는 처음으로 제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그게 제 인생의 가장 완벽한 순간이 되었죠."


슬라이드에 Perfect의 베타 버전 화면이 떴다. 불완전했던 첫 모습 그대로였다.


"지금 Perfect 2.0을 준비하면서도 우리는 매일 실수합니다. 하지만 그 실수 덕분에 우리는 성장하고 있어요. 유진 님이 이끄는 개발팀, 하진 님의 기획팀, 그리고 저희와 함께해주시는 300개 학교의 선생님과 학생들까지."


객석 앞줄에서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수는 두려운 게 아닙니다. 실수는 우리가 도전하고 있다는 증거죠. 그리고 그 도전이 우리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끕니다."


서준은 잠시 숨을 골랐다. 그리고 박민우가 건넨 일기장을 꺼냈다.


"제게는 특별한 멘토가 계십니다. 그분은 세 번의 실패 끝에 성공하신 분이에요. 그분이 오늘 아침 저에게 이 일기장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셨죠. '이제는 당신 차례'라고."


서준은 일기장을 들어올렸다.


"이제 저는 이 바통을 여러분께 넘기려 합니다. 여러분의 불완전한 도전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객석 뒤에서 박민우가 조용히 미소 지었다. 


Perfect 2.0의 새로운 슬로건이 스크린에 떴다.

"Perfect하게 실패하자"


이제 시작이다. 새로운 실수와 실패, 그리고 그것이 가져올 더 큰 성장을 향해.

완벽한 끝이란 없다. 다만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불완전하다.


(에필로그 끝, 전체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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