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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Oct 25. 2020

송이버섯 따기

온전히 가을 즐기기

내일이 휴일이라 태풍을 뚫고  문경에 도착했습니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송이버섯이 막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니, 산에 올라 버섯 따는 재미를 놓칠 수 없습니다.

반가이 맞이 한 누이가 내놓은 애기 송이를 참기름에 찍어 먹으니 입안 가득 송이 향기가 넘칩니다.


내일 아침 태풍이 잦아들면 가슴을 떨치며 산을 오를 것 이외다. 낙엽을 뚫고 솟아오른 송이를 만나길 기대하면서...

다음날 이른 아침.


태풍이 대구를 통과해  포항 앞바다를 향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가벼운 비를 뿌리고 있다. 비옷을 입고 산을 오를 준비를 한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폭우도 뚫고 왔는데, 까짓 가벼운 비와 물에 젖은 산과 나뭇가지가 어찌 송이를 찾는 재미를 막을 수 있으랴.


그렇게 산을 올랐고, 차라리 산이 젖어 나뭇잎이 바싹 땅에 밀착되어 송이 찾기가 더 수월해졌다. 올여름에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려 풍성한 송이를 기대했지만, 문경은 늦게까지 송이가 올라오지 않았단다. 그러다가 한 이틀 전부터 송이가 여기저기 피어나기 시작했고, 오늘 산행에서 최근 몇 년 중 가장 많은 송이를 땄다. 수년간 송이를 딴 경험이 이젠 제법 꼭꼭 숨은 송이를 찾아내고 오늘 많은 송이를 따는데 도움이 되었다.  눈이 밝아져 송이가 눈에 잘 띄었다. 처음엔 하나도 찾기 어려웠다.

오랜만에 줄 송이를 만났다. 홀로 솟은 송이는 반가우나 수확량을 늘리려면 줄 송이가 최고.

송이  모양도 변종이 있네. 갓이 혹부리 영감처럼 흘러내렸네. 혹을 꾹 누르면 바람소리가 나면서 낙엽 지는 소리가 흘러나오려나? 도깨비를 매료시킨 혹부리  영감 노래처럼.  


하지만 여전히 경험이 더 필요하다. 내가 지나간 곳을 누이가 다시 지나가면서 수북이 쌓인 솔잎 사이에서 송이  몇 송이를 찾아냈다. 왜 내 눈에는 안보였을까?


수년만에 작은 배낭 가득히 송이를 등에 지고 산을 내려왔다. 온통 옷이 땀에 젖고 뒷 발꿈치에 커다란 물집이 잡혀도 마음속에는 진한 만족감이 차올랐다.


이틀 동안 버섯 따고, 부산으로 막 돌아와 송이 장아찌를 만들었다. 더운밥을 새콤 달콤한 장아찌와 송이의 그윽한 향기와 함께 먹어 본다. 누이가 챙겨 준 송이는 토요일 약속된 동서들 모임에서, 일요일 교회 친구들과 함께 소등심과 함께 구워 먹을 것이다. 적지만 귀한 것을 나누고, 내가 먹은 특별한 맛을 함께 즐기는 것 또한 기쁨을 배가 시킨다.

산에 올라 송이 따는 재미를 매년 즐길 수 있는 것은 문경 송이밭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누이가 있기 때문이다.


정년퇴직하고 귀향한 누이 내외분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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