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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한 코리안 Oct 11. 2022

배 아파서 낳은 나의 입양아

안드레아 이야기

안드레아는 결혼할 때 초혼이었다. 남편 리는 이미 첫번 째 결혼에서 낳은 자식이 열 살, 여덟 살 이었지만.

그 둘 사이에서는 아이가 없었다.


의사가 말했다.


- 부인께서 살을 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 자존심이 상하는 말이었다. 내가 좀 살이 쪘다 하더라도 이정도 살 찐 사람은 새고 샜는데, 게다가 다들 애 잘 낳고 사는데, 왜 나만!


그러나 안드레아는 아이를 원했다. 리도 아이를 원했고, 어느 날은 아내의 기분을 상하게 할 각오를 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 허니, 살을 빼고 우리 같이 아이를 낳아보자.


안드레아는 여동생이 한명 있었다. 학생 시절부터 마라톤을 뛰는 육상 선수였다.


- 언니, 마라톤을 뛰어봐.


거기에 힘을 얻어


육상코치를 얻어 훈련을 시작했다. 육상코치의 의견에 따라 절대 무리하지 않고 달리는 거리를 100m 부터 50m 씩 조금씩 올려갔다. 열 명 정도의 다른 학생들이 같은 코치에게 코칭 받고 있었는데 속도를 내고 싶어하고 좀 더 빨리 훈련을 마치고 싶은 욕심에 무리를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하나 같이 결국에는 부상을 당하고 중도탈락하더라는 것이다. 자기는 코치의 말을 들으며 차근차근 과정을 밟았기에 부상 없이 훈련을 마무리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마라톤 당일

출발점에서 리가 와서

- 여보 화이팅!

출발선에서 멀어져 계속 달릴 때쯤 어느덧 또 남편이 나타나 길거리에서 커다란 푯말을 들고 cheering. 마라톤을 뛰는 동안 또 나타나고 또 나타나고.


리의 성격은 그렇게 살갑지 않다. 리가 그렇게 자기를 마라톤 내내 격려해주고 할 줄을 몰랐단다. 아내가 마라톤 하는 동안 계속 차타고 다음 거리로 가서 기다리고 격려해주고 환호해주고, 또 다음 장소로 차타고 가서 기다리던 남편의 마음에 감동을 먹었다는.


그렇게 피나는 노력으로 20파운드의 살을 뺀 안드레아. 그러나 여전히 아기는 생기지 않았다.


나이가 벌써 35살. 36살, 37살... 매해 한 살씩 먹을 때마다 임신의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었다.


그들은 입양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자기 배로 아파서 아기를 낳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간절했던 안드레아.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겪어보고 싶었다.  


냉동 수정란을 입양하기로 한 것.


냉동수정란이란.

frozen in limbo


동일한 사람한테서 수정란을 한 병 vial 받아서 그 안의 세개의 수정란을 착상시도 하였고 그 중 하나가 착상 성공하여 태어난 아이가 콜비이다. 콜비는 완전 금발의 미소년이다. 그런데 안드레아는 갈색 머리, 리는 머리가 없는 대머리. 그래서 콜비의 금발이 누구 유전자이지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바로 입양아라니. 올해로 14살.


그 후 5년이 지나서 다시 아기를 갖기를 하고, 콜비의 생모로부터 다른 냉동 수정란을 받아 다시 착상시도를 했고 이번에는 딸이 생겼다. 그 아이가 레이시. 올해로 9살이다. 레이시 역시 금발이다. 금발인데 엄청 가늘고 바람에 흩뿌리는 금발이다. 자꾸 엉킨다.


- 너네 애들은 머리가 엉키니? 우리 레이시는 대체 왜 이렇게 엉키는거지? 머리를 빗을 때마다 아이가 울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머리를 엉키지 않게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기 전에 머리를 따주는 건데, 매번 머리를 딸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아이를 입양한 부모는 간혼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에서 난항을 겪는데, 머리 관리. 흑인 아이를 입양한 부모는 그 곱슬머리를 어떻게 다룰 줄 몰라서 난해한다. 왜냐면 자라면서 그런 머리를 가족이 가져본 적이 없기 때문에. 안드레아도 마찬가지이다. 얇고 숱이 없는 금발머리를 다뤄본 적이 없다. 이런 어려움이 입양가족에, 특히 백인이 백인을 입양하는 가족에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해봤다.  


안드레아는 어릴 때부터 가졌던 꿈을 이루려고 말을 키우고 농장을 샀다.

리와 함께 젊어서부터 가꾸어 놓은 사업을 꾸준히 키워가며 경재적으로 탄탄한 삶을 개척해왔다. physical therapy 를 교육시켜 가르치고 certificate 을 따게 도와준 후 그들을 수요가 있는 곳에 파견하는 사업인데, 워낙 강의를 잘하고 교육을 잘 시키는 안드레아 소질과 잘 맞는다.


아이들도 어릴 때부터 사업을 가르치고 각자의 소질에 맞게 미래를 개획해주고 있다.

콜비는 8살때부터 시작한 책 사업. 그리고 벌써부터 아빠가 골라준 주식을 사며 주식 수익을 내고 있다는 것. 말 관리 grooming contest 에서 상을 타며 벌써부터 수의사의 꿈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가 시작할 때인 2년 전부터는 수의사 전공이 있는 대학들을 하나하나 접촉해서 Booklet 을 받고 어느 대학이 좋은지를 미리 알아보고 있다.


대학을 알아볼 때의 미국 사람들의 기준:


수박을 직접 키우고, 오리, 돼지, 양, 개 두마리, 고양이, 말 두마리,

petting zoo도 해보고 싶었던 것. 양은 너무 힘들더라고.

낙원에서 사는 것 같은 이들,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아이들도 잘 키우는 것 같은 이들이지만 어려움을 겪지 않은 집이 아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사건도 겪었다.

  

리의 고향인 미네소타에 살 때였다. 화재.


막 처음 집을 지은 집이었다. 그동안 사업으로 모아뒀던 돈으로 땅을 사고, 설계사를 고용해, 꿈꾸던 그런 집을 건축했다. 주택 보험도 들려고 보험사 직원을 연락해두었다. 그 보험사 직원이 집으로 3월 17일에 와서 집을 inspect 하고 보험계약을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직원에게 연락이 왔다. 다시 appointment 를 잡자고 해서 일주일 후인 3월 24일로 날짜를 잡아두었다.


3월 23일.

집에서 불이났다. 거짓말처럼.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다. 내 눈앞에서 꿈의 집, 내 모든 노력의 산물이 잿더미가 되는 것을 목격했다.

정말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모든 것이 잿더미가 되었단다. 터만 남고 나머지가 모두 잿더미.

 

보험이 없었으므로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그 보험사 직원을 고소하라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하나님에 대한 원망이 차오를 만한데, 그렇게 되지 않게 두가지 일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그 바로 다음날 한 이웃이 신문기사를 스크랩 해서 자기에게 갖다주었는데, 신문의 둘째 면 기사가 바로 자기 집 화재사건을 다룬 것이었다. 첫째면은 무슨 일이지? 그곳에는 한 아이가 사고로 죽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 때

- 아... 감사하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생명이 건드려지지 않은 이것을 감사하자.

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날 이후 그 지역의 모든 이웃들의 온정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수건, 수저, 그릇, 침대, 침대보, 소파, 등등 모든 필요한 가구와 가재도구를 이웃들이 가져다 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자기네 집에는 수저나 포크 등이 짝이 맞지 않는다고 했다. 수건도 세트로 산 것이 아니라 다 제각각이다. 그 때 받았던 것들을 십수년이나 지나서도 여전히 쓰고 있다고 했다. 자기가 갖고 있는 가재도구들은 은혜의 산물인 것이고 리마인더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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