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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당당한 코리안 Oct 24. 2022

다운신드롬 아들을 둔 엄마의 소망

불치병인 유전자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믿음

헤나와 크레그는 딸 둘과 아들 하나가 있다.

헤나는 중국인의 피가 반, 백인의 피가 반 섞인 예쁜 혼혈이다. 30대후반인데, 30대 초반처럼 보인다. 아시안 DNA 를 선물로 받았나보다. 미국에서는 아시안인들이 실제나이보다 젊어 보인다고 하며 그런 걸 Asian Gene 이라고 한다. 헤나는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20대 초반, 학생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약간 볼에 살이 통통한게 귀염성 있게 생긴게.


LA에서 같이 대학교를 다니다 만나 결혼한 남편 크레그는 머리가 빨갛다. 크레그는 유럽에서 살아보고 싶어했다. 첫째아이가 6살, 둘째가 4살 때 독일에 학생신분으로 가서 살기 시작한 두 부부.  그러다 거기서 아이를 임신했다. 2019년 말에 잠시 미국에 방문하여 부모님을 뵙고, 그 사이에 헤나는 아기를 출산했다.


셋째 아이는 다운신드롬을 갖고 태어났다.


우리가 그 집에서 머무는 동안 그 두돌 된 아이는 내내 울고 콧물을 질질 흘리며 쿨럭쿨럭 기침을 했고 엄마를 보챘다. 지난 2년간의 매일매일이 이렇게 아이를 돌보며 얼마나 힘들었을까 짐작할 때쯤 헤나가 그런다. 출산하기 전에 의사가 이 아이가 다운신드롬을 갖고 태어날 거라고 말해줬었고 자기는 그럼에도 아이를 지울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고. 그 아이가 태어났을 때 그렇게 아름답고 사랑스러울수가 없었다고 말한다.


한국에도 가깝게 지내는 집의 셋째가 다운신드롬이 있기에 다운신드롬 가정이 낯설지만은 않다. 그리고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를 향한 부모의 헌신과 사랑도 익히 알고 있다. 한국의 이 집도 그랬다. 셋째가 너무 이쁘다고. (그 집은 넷째까지 낳았다. 셋째가 다운인데, 왜 또 애를 낳으려고 하냐고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넷째를 낳았고 이 아이는 정상이다.) 한번은 그집 남편이 나중에 다른 아이들은 다 커서 독립해 나갈 것이지만, 이 아이 만큼은 우리와 함께 남아 품안의 자식으로 있을 것이기에 자기네들은 너무 복받았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적잖이 충격도 받았었다. 그 아내는 그러나 나중에 "그건 우리 생각이고, 어쨌든 우리의 바램은 아이가 자기가 원하는 대로, 행복한 대로 살 수 있도록 되는 거죠" 라고 했다.그렇기 위해 열심히 아이 언어 테라피, 운동테라피 등 수업을 다니며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최대한의 정상적인 생활을 영유할 수 있도록 부모가 아이를 위한 치료를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다.


헤나는 아이를 데리고 독일로 가서 키우다가 코로나가 터지면서 아이들을 다 데리고 미국 친정 부모님이 사시는 버지니아로 이사 오게 되었다. 지금은 친정부모와 함께 살고 있지만, 어서 집을 사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지금  친정 부모님 댁은 널찍해서 같이 사는 데에 공간의 문제는없지만, 아무래도 서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고, 아이들 교육관도 맞지 않는다고. 특히 청소하는 문제에서 가장 많이 부딪힌다고 한다. 아버지는 거의 OCD Obssessive Compulsive Disorder 의 수준으로 깔끔과 청결에 민감하시기 때문에 자기가 아무리 쓸고 닦아도 마음에 들어하시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이들이 어린데 항상 어지럽히고 다니는 것을 부모님이 힘들어하시는 것 같다. 이건 한국인으로서도 많이 접하는 친정과의 문제이므로 100프로 공감이 되는 문제였다. 그런데 손주가 장애로 태어났으면 좀 감안해주고 도와줘야하지 않을까 싶은, 딸 입장에서 헤나의 편을 들어주고픈 마음이다.  


막내는 지금 두돌이 넘었는데, 여러 건강 문제가 힘들게 한다고 한다. 몸을 잘 가누지 못할 뿐 아니라 몸속 내장의 기능도 떨어진다고. 예를 들어 목구멍이 조여주는 기능을 잘 하지 못해서 자주 목에 음식이 걸린다고. 거의 아이가 하루 종일 울고 뭔가 불편해하며 보채는데, 헤나는 그런 아이가 너무 딱하다고 한다. 이렇게 선천적인 불치병을 갖고 태어난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평생 보살펴야할 부부. 이들의 막내를 위한 소망은 뭘까?


헤나가 그런다.

- 난 이 다운 신드롬을 완전히 낫게 해달라고 기도해요.

-어머! 다운 신드롬이 치료가 되기도 하나요?


다운신드롬은 세포의 21번 DNA 염색체가 정상보다 한개가 많은 경우 생긴다. 이렇게 염색체 유전자 질환은 치료가 안되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낫기위해 기도한다고 하니 깜짝 놀랐다.  다운 신드롬을 고치는 것 자체를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다.


- 난 다운 신드롬이라는 게 일종의 oppression 압제라는 느낌이 들어요.  이 아이는 자기 몸에 갇혀서 고통받고 있고 그것이 압제인거죠. 다운신드롬이라는 병으로 아픈 육체 안에 아이가 너무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를 압제와 고통에서 구원하시는 하나님이 영적인 압제만이 아니라 모든 압제에서도 우리를 고치시고 구원하실 수 있지 않겠어요?


- 모자이크 다운신드롬이라는 게 있어요. 염색체 변형이 되어 있는 세포의 퍼센테이지가 100%가 아닌 경우 모자이크라고 해요. 그리고 모자이크 다운신드롬 약도 있어요. 염색체가 변형된 세포만 타게팅해서 약을 쓰는 건데, 우리 아이는 모자이크가 아닌 전위형이에요. 그렇지만, 모자이크형을 고칠 수 있다면 전위형을 고치는 약이 나오는 건 시간 문제가 아닐까 싶더라고요. 문제 있는 세포를 고치고 그래서 정상세포를 만들어나간다면 서서히 서서히 정상세포로 변해지지 않겠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믿음을 갖고 기도하기 시작했어요.


난 이 이야기를 듣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엄마의 위대함. 사랑의 위대함. 믿음이 사랑을 촉발시키고 사랑이 믿음을 더 강하게 한다고 한다. 생명의 주권자를 믿는 믿음으로 이 엄마는 태아가 유전병이 있다고 얘기를 들었을 때도 아이를 받아들이고 출산하고 사랑할 수가 있었을 뿐 아니라, 남들은 생각조차 못한 완전한 치료를 위해, 모두 불가능하다고 믿는 현실을 초월한 발상을 하고 있다. 이 엄마의 모습은 다운 신드롬이라는 이것으로 패배되어 어쩔 수 없이 이것을 받아드리고 체념하는 정도가 아닌, 이것을 이기고 아예 쳐부술 수 있다는 용맹한 장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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