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익숙한 동작이지만, 사실 올바른 자세로 달리기는 결코 쉽지 않다. 나는 이 사실을 장거리 달리기를 하면서 절실히 깨달았다.
달리기에 올바른 자세란, 뼈와 인대에 무리가 가지 않아 부상 위험이 적은 자세를 말한다. 올바른 자세로 달리기 위해서는 달리는 자세를 의식적으로 길들일 필요가 있다.
나는 달리기를 정식으로 배운 적은 없지만, 대신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마다 블로그나 유튜브 검색을 통해서 달리기를 효과적으로 하는 법에 대해 야금야금 배워왔다.
검색―깨달음―실천을 반복하면서 달리기를 이어 나가니 어느덧 1500km의 누적 거리를 달성했다. 내가 지금껏 달리면서 몸으로 터득한, 달리기에 도움이 되는 자세를 말해보겠다.
1. 시선은 10m 앞 바닥에 고정한다.
우선 자신이 자동차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동차의 하향등이 바닥을 비추는 부분을 바라본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달리기를 하면서 시선을 고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방법의 중요성은 달리면서 한눈팔지 않게 된다는 데 있다. 언젠가 달리는 도중에 작은 돌부리에 걸려서 크게 다칠 뻔한 적이 있는데, 달리는 동안 시선을 내가 발 디딜 곳에 고정하면 이런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2. 몸은 T자로 고정한다.
이번에는 자신이 화물차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아가 없는 몸통을 두 다리로 운송하는 화물차다. 이건 몸통에 힘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뜻이다. 다리를 굴려 몸통을 나른다는 생각으로 달리면서 되도록 팔과 다리만 낭창낭창하게 움직인다.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나면 어깨나 목이 아프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달리는 동안 몸통을 고정하지 않고 과도하게 움직여서 생기는 문제일 수 있다. 이럴 때는 달리면서 어깨와 허리를 움직이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몸을 T자로 고정하면 달리기를 하면서 어깨나 목이 결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일 수 있다.
3. 발은 11자를 유지한다.
달리는 동안 발을 11자 수평으로 유지하면 다리의 추진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팔(八)자로 걷는 사람은 달릴 때도 팔자로 뛰는 경향이 있는데, 달리기를 하면서 발을 11자로 유지하지 않으면 다리의 추진력을 효과적으로 이용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부상의 위험 역시 커진다.
달리기, 특히 장거리 달리기는 긴 싸움이기 때문에 몸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러너는 발자국의 모양까지 의식적으로 길들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달리는 자세를 차근차근 길들여서 돌아오는 봄에 열리는 하프 마라톤에 참가해보려고 한다. 하프 마라톤에서 서브-2를 달성하는 게 이번 목표이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하나씩 터득하면서 달리기에 대한 즐거움을 조금씩 키워나가는 것. 결국 이것이 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 달리기 토막 상식 - 서브(sub)
서브(sub)는 마라톤에서 사용하는 기록 용어다. ‘sub’의 사전적 의미는 ‘~의 아래’라는 뜻인데, 마라톤에서 역시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서브-3’는 마라톤을 3시간 이내에 완주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브-3는 가장 느린 속도 기준으로도 킬로미터당 4분 16초의 속도를 마라톤 내내 유지해야 하는 상당한 기록이기 때문에 아마추어 러너에게는 꿈의 기록이기도 하다.
세계 1위 마라톤 선수 엘리우드 킵초게가 2019년 오스트리아에서 진행한 마라톤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서브-2을 달성했다. 비공식 기록이기는 하지만, 인간의 한계라고 여겼던 서브-2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행사였다. 참고로 서브-2는 킬로미터당 2분 50초, 100미터당 17초의 속도를 유지하면서 마라톤을 완주해야 달성할 수 있는 미친 기록이다.
서브는 러너에게 하나의 업적이자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마라톤을 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목표한 서브를 동기부여 삼아 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지 출처: The Telegrap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