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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지인 Jan 25. 2024

회사에서 맞춤법 지적을 받았다

    평소와 같이 정신없이 업무를 진행하고 있던 오늘. 광고 소재 기획 작업이 끝나고, 또 다음 일을 처리하고 있는데 나에게 한 메시지가 왔다. 휴대폰으로 먼저 확인을 했는데, 메시지가 너무 길어서 전부 다 확인을 하진 못했다. 나중에, PC로 메신저를 열어서 보는데 다른 팀에 있는 기획 담당자님으로부터 온 긴 피드백이었다.



    그녀는 내가 기획안 광고 소재를 보고, 어떤 부분이 좋았는지 짤막한 칭찬을 남긴 뒤 내가 기획한 소재에서 맞춤법과 띄어쓰기, 그리고 줄 맞춤이 되지 않은 모든 부분들을 일일이 적어서 메신저로 보냈다. 메신저라고 표현했지만 사실상 업무 채널을 통해 댓글을 남긴 터라 모든 사람들에게 노출이 되는 내용이었다. 처음에 긴 내용의 메시지를 보고, 잠깐 멍하긴 했는데 유달리 바빴던 오늘인지라 일단 그녀가 지적한 내용들을 보고 하나씩 수정을 해나갔다. 문득, 이럴 거면 그냥 간단하게 '00님 맞춤법, 띄어쓰기 오류가 많아서 한 번 체크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하면 끝날 걸 왜 굳이 이렇게 일일이 지적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혹시 나한테 불만이 있었나?’, ’기분 나쁜 걸 이런 식으로 돌려서 표현하는 건가?‘라는 근거 없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안고 집으로 퇴근해서 쉬는데 문득 몇 가지 결론이 도출됐다. 그중 하나는 바로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내 스스로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내가 적은 글을 다른 사람들이 꼼꼼하게 볼까?’, ‘그냥 슥 대충 보지 않나?’라는 알량한 나의 판단이 한몫했고, 그 탓에 나는 내가 쓴 글을 문법적 오류를 체크하기 위해 맞춤법 검사기를 굳이 돌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자기 과신 역시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간과한 큰 이유 중 하나였다. 평소에 책 읽기나 글쓰기 둘 다 멀리하는 편이 아니었기에 스스로 꽤나 글을 잘 쓴다는 자만 아닌 자만을 했다는 걸 이번에 제대로 깨달은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보다 가장 강력한 이유는 바로 내가 하는 업무의 중요성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루틴화 된 업무이다 보니 업무를 끝내는 것 자체에만 급급했지 작은 디테일을 챙겨서 퀄리티를 더 높여야 겠다는 것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렇게 맞춤법과 띄어쓰기의 중요성을 놓친 이유들을 생각하고 나니, 책상 앞에 놓여진 책들의 제목도 유심히 보게 되고, ‘이 글을 발행하기 전에 맞춤법 검사기를 꼭 돌려야지~’라는 생각도 든다. 퇴근하기 전만 해도 회사 사람들이 맞춤법, 띄어쓰기도 모르는 멍청한 사람이라고 날 비웃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어쩌면 이경험 덕에 앞으로 내가 쓴 글을 한 번 더 유심히 보는습관이 생길 것 같다. (덕분에 오늘 브런치에 쓴 글은아무 문법적 오류가 없을 거라는 거..^^) 그렇게 회사에서 또 한 발 짝 성장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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