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현지인 Jan 30. 2024

강남에선 점심 한 끼에 2만 원이라고?

    2024년 새해가 되고 나서 새롭게 시작한 습관이 있다면 바로 가계부를 쓰는 것이다. 사실 1년 전쯤에도 가계부를 제대로 써봐야겠다고 다짐하며, 가계부 쓰기 원 데이 클래스를 갈 만큼 열정적이었지만 수업을 듣고 혼자서 가계부를 쓰려고 하니 또 며칠 만에 포기해버리기 일쑤였다. 하지만, 새해 버프를 받아 우연히 가계부 쓰기에 다시금 도전하게 되었고 작심삼일이 하루 이틀 늘어나 어느새 이번 달 동안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가계부 쓰는 것을 성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단순히 돈을 쓰는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을 뿐인데 소비에 대한 나의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다이소나 편의점에서 쓰는 돈들은 금액 자체가 크지 않아 그저 대수롭지 않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작은 돈들이 모여 결국 큰 지출이 된다는 것을 피부로 체감하게 된 것이다. 그 덕분에 편의점이나 다이소에 가더라도 이젠 정말 꼭 필요한 물건 외에 다른 것들은 잘 사지 않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가계부를 쓰기 시작하면서 새삼 요즘 물가가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기도 했다. 며칠 전에 친해진 타 팀 동료와 함께 점심을 먹으러 나갔다. 둘이 처음같이 밥을 먹는 터라 기왕이면 좀 괜찮은 음식을 먹고 싶었고, 그녀를 회사 근처 일식 집으로 데려갔다. 이 식당은 프랜차이즈라 이전에도 여러 번 방문했었고, 나는 가격에 대해서 크게 개의치 않았다. 우리는 밥을 먹으면서 그동안 못했던 회사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고 간단하게 디저트를 사 먹기 위해 카페도 들렀다.



이 날 먹은 점심 식사

    이날도 퇴근하고 평소와 같이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는데 점심에 지출한 금액만 2만 원이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나 자취를 하고 있는 터라 점심뿐만 아니라 저녁도 사 먹을 때가 종종 있는데 문득 식비만 따져도 월급이 줄줄 새고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회사 라운지에서는 점심시간에 편의점에서 음식을 사서 먹는 동료도 많고, 집에서 도시락을 싸서 먹고 있는 동료도 참 많은데 문득 그들 중 몇몇은 비싼 물가에 비 자발적으로 도시락을 싸오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강남권에서 오랫동안 출퇴근한 그들은 이 치솟는 물가를 이미 피부로 체감하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식비를 절감하는 게 아닐까? 어쩌면 아직은 이직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회사 밖에서 먹는 점심이 특별하겠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나 역시도 도시락 부대 중 한 명으로 합류하게 될지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이전 15화 회사에서 맞춤법 지적을 받았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