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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몸만 큰 어른이

by 글린더

어릴 때 바라 본 어른은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보였다.

크고, 세고, 단단하고, 용감하게 다 해낼 수 있는 존재.

현명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책임감있게 처리해 낼 수 있는 든든한 존재.

무엇이든 달려가 물을 수 있고 매달려 기댈 수도 있는 존재.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그 나이가 되면 자연스레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려니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새 그렇게 바라봤던 어른들과 같은 나이가 되고 보니 그건 어마어마한 착각이었음을 매 순간 깨지고 부서지며 배우게 되었다.


몸은 어른이지만 여전히 배울것이 끝이 없고,

아무리 배워도 부족하기만 한 연약한 어른이..


어쩌면 모두가, 내 안의 어른이 하나를 매일 어르고 달래며 키워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제는 숨막혔고 오늘은 답이 없고 내일은 더 막막한

매일 매일을 마주하며 살아내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 용기를 통해 조금씩 단단하게, 든든하게 자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그러하고, 오영이 그러하고, 민영이 그러하듯.

오늘도 날이 밝았고 내일도 분명 그럴거다.

어제보다는 조금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어제보다는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쌓아

어제보다는 조금 더 성숙한 나를 마주하길 기대한다





작가의 후기


처음엔 그저 ‘써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시작했습니다.
이야기를 끝까지 이어본 적도, 인물을 완성시켜본 적도 없는 채.
매 회차를 쓸 때마다 스스로를 의심했고,
어떤 날은 마감 전 빈 커서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다 포기해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연재를 끝까지 이어낼 수 있었던 건
이야기 속 인물들이 조금씩 저를 이끌어주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제가 그들을 만든 게 아니라,
그들이 저를 이끌어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감정이 흔들리고, 말이 꼬이고, 결말이 늦어져도
결국 끝을 내겠다는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쉬운 점도 많고, 미숙한 부분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끝맺음을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 자신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이야기를 꺼낼 수 있게 해준 제 안의 어린 날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 by 글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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