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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

쉬는 게 쉬는 게 아니야

by 글린더

오랜만의 가족여행.


그 속의 평화로움을 보며 슬픔이 밀려온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휴식, 누군가에게는 어색함이 감도는 시간.

휴식을 즐기고 시간을 오롯이 누리는 것은 많은 연습이 필요함을 느낀다.

자연스러운 휴식을 즐기는 사람들.


그 속에 바쁘게 휴식을 즐겨야 하는 강박을 느끼는 사람들.

나와보면 보이는 다른 세상.

나와보면 보이는 다른 시각.

돌아가면 여전할 현실이 두려워 막막한 사람들.


아이의 웃음을 보며 어떤 세상을 주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진다.


올여름 예년과 달리 점점 여유가 없어졌다.

하루하루 마음과 몸이 유달리 지쳐 시간도 쏜살같았다.

그래서인지 없는 여유에 되려 무리해서 해외여행을 추진했다. 약간은 될 대로 되라는 마음도 있었지만 실은 평소와 달리 적극적인 신랑의 태도가 마음이 쓰였다.

'쉬고 싶은 거구나.'

크게 내색하지 않는 사람이 무언가 적극적일 때는 단순히 그냥 넘길 수가 없다.

그래서일까 어그러지는 일정들에 늘어나는 비용들은 충분히 접을 이유가 되었음에도 여행을 강행했다.


그 결과는?

그 어느 때보다 신나게, 실컷 쉬고, 놀고먹고, 매 순간 즐겼다

아이는 연일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새로운 추억들이 쌓였다. 쉬고 싶었던 신랑은 할 수 있는 최대한 매 순간을 누렸고 그만의 방식으로 휴식하고 그답게 시간을 활용했다.

그와 판박이로 닮은 아이도 매 순간 조금이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그야말로 열심히 놀았다.

그런 그들을 보며 평소의 나라면 하지 못했을 많은 순간들을 같이 하며 정말 열심히 놀다 문득 눈에 들어온 주변에 마음이 갑작스레 서글퍼졌다.


쉬는 것도 정말 열심히 하는 우리 모습과

이와 반대로 여유로워 보이는 사람들.

우리는 왜, 여유롭지 못하는 걸까?


나의 조바심이 아이에게 전달될까 늘 부족해도 괜찮다 이야기해 왔지만 누구보다 닮아있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

마음의 조바심은 숨겨도 티가나고 행동에서 나타난다.

쉼 조차도 열심히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유가 있을 틈이 없다. 그리고 돌아온 집은 곳곳이 복잡하고 어느 한 곳 쉴틈이 없어 보인다.


짧은 여행의 여운이 짙게 남은 채 시간은 벌써 겨울로 들어선다.

곳곳에 쌓인 것들을 정리하고 자리를 비워내야겠다.

우선은 집안의 묵은 짐들부터 치우고 복잡한 것들을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조금은 여유가 생기기 시작하겠지.

내년은 회사도 정리하고 그다음엔 또 다른 상황들을 정리해 가면 될터다.


우선은 치우고 비워내야 여유가 들어올 틈이라도 있다.

오늘은 정리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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