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이 아름다운 건 다 태우고 사라지기 때문이야
불꽃놀이를 바라보고 있으면 종종 눈물이 났다.
한 순간의 화려함을 끝으로 장렬히 아스러져가는 모습이 꼭 사람 같아서 가끔 불꽃놀이를 보러 가면 기분이 먹먹해지곤 한다. 그래서 화려한 불꽃쇼를 그다지 찾아보러 가지 않는다. 나를 불태워 이 순간을 아름답게 만드는 걸 보며 가끔 사랑에 눈먼 사람들이 저런 심정일까 궁금하기도 했다.
옛날 불같은 사랑을 하는 친구를 보며 세상에 둘밖에 없는 것처럼 주변의 공기를 바꿔버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무슨 영화 속 슬로모션 효과를 현실에서 직관했다. 정말 불타는 것처럼 사랑하면 주변의 에너지가 같이 끌려들어가 시간을 천천히 흐르는 건 아닌가 싶은 착각이 들 정도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나를 활활 태워가며 누군가를 갈망하고 열망하는 것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그 감정을 오롯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저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어' 같은 아주 오래 기억에 남는 신기한 무용담 같은 감정만 남을 뿐이었다.
그런 나를 보며 어떻게 불타지 않는데 연애를 하냐는 말로 되려 신기해하던 친구들은 내게 '장작불 연애'를 한다 했었다. 꺼진 듯 꺼지지 않는 불은 안 보이는데 온기는 잔잔히 오래 남아 완전히 불이 꺼지지는 않았구나 가까스로 짐작해 볼 수 있는 장작불 같은 연애. 언젠간 활활 타오르겠지 죽어라 숨을 불어넣어도 고작 연기만 찔끔 올라오고 타닥타닥 불씨가 간혹 간혹 보이는 타다만 장작 같은 연애스타일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불륜 같은 연애를 보면 참 신기했다. 가정을 깰 만큼 자신들의 감정에 자신이 이뤄온 많은 것을 잃을 감수를 하고 뛰어드는 모습이 그저 신기했다. 욕을 하고 싶은 생각도 그럴 이유도 없지만 궁금은 했다.
왜 그리 많은 것을 소진하는 소모성사랑을 하는 것일까.
그들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도대체 어떤 의미 일까.
요즘 부쩍 불꽃놀이가 주변에 자주 보이다 보니 감동보다 사색에 빠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불꽃놀이가 왜 이렇게 인기 있을까, 왜 사람들은 불꽃에 빠져들까.
그리고 이어진 생각들은 언젠가는 사그라드는 불꽃과 무척이나 닮은 인생에 닿는다.
언젠가는 끝날 이 인생에 짧은 순간이라도 화려한 불꽃처럼 빛나는 순간을 꿈꾸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타다만 장작불연애를 지향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매 순간 그냥 타닥타닥 불꽃 튀는 순간만으로 충분히 재밌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 참 다행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불멍의 매력을 겸비한 장작불멍의 매력이 꽤나 쏠쏠하다.
다 타고 남은 자리에 코끝을 찌르는 화약냄새가 아니라
잔잔한 온기가 남는 게 좋다.
내 끝은 잔잔한 온기가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