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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좌절모드

계속 돌고 돌아 다시 돌아온다

by 글린더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것이 연예인 걱정 이랬던가.


아니, 돌아보니 '걱정' 그 자체가 참 쓸데가 없다.

걱정을 하다 보니 핑계가 늘고

핑계가 늘다 보니 게으름이 되고

게을러지니 그간의 근육도, 마음의 근력도

모든 게 헛되이 사라진다.


말만 하는 사람이 되고

끝을 보지 않는 사람이 되고

내가 보기 싫은 사람이 되는 것을 극구 부정하려 하다 보니

핑계만 쌓이고 쌓인 무능한 사람이 되어간다

스스로를 다독이는 것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다 보니

정작 지쳐 중요한 것은 다 뒷전이 돼버렸고

자신 없는 것들이 늘어나며 하지 않을 것만 같은 일들만 늘어

감당하지 못할 일은 아예 입밖에 내지 않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간다.


그렇게 모든 것이 멈춤 상태가 되어버린 듯하다.

22년, 번아웃에 바닥 친 정신과 체력을 겨우겨우 회복하고

23년, 미친 듯이 달려들어 다 해낼 것처럼 들이대다

24년, 부족한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지고

25년, 다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은 나를 마주한다


나의 40대는 20년 전과 지독하리만치 닮아있다.

20살, 화재로 아빠를 잃고 두려움에 사람을 피하기만 하고

21살, 자신을 바꿔보려 미친 듯 사람들 속을 찾아다니고

22살, 한없이 흔들리는 자신이 한심해지고

23살, 결국 의미 없이 보내버린 대학시간에 남은 거라고는 한심한 학점과 홀로 남은 엄마의 등골만 빼먹은 학비였다


딱 여기까지 쓰고 보니 무섭도록 닮은 모습에 잠시 숨이 턱 막혔다가 갑자기 머리가 맑아진다

그 이후의 나는 지금 내게 딱 필요한 일을 했었다!


졸업 후 홀로서기를 연습한다고 닥치는 대로 배우고 알바를 하고 혼자 배낭을 메고 여행도 떠났다

그렇게 돌아온 25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겁 없이 도전했다.

여전히 두려움은 컸지만 겁 없이 그냥 계속 도전했다.

생각 따위는 없었고 여전히 답도 없었지만 계속했다.


난 지금 계속하는 힘이 필요하다.

주변에서 기댈 수 있는 단단한 벽이 되려면 내가 버티고 서있을 코어힘이 필요하다.


20년 주기로 내 삶의 패턴이 유사하게 돌아간다면

앞으로 15년 무척이나 빡세게, 하지만 미친 듯 즐겁게 몰두한다. 그때도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일이나 잘하는 일은 모르겠지만 하다 보니 더 몰입하고 재미있어졌다,

지금처럼 걱정만 하고 멍하니 시간을 버리며 스스로를 갉아먹을 시간에 무엇이라도 움직이다 보면 어딘가 길에는 닿을 거다.


어느 드라마 대사에서 그랬다.

이미 떠난 버스는 잡을 수 없지만 언젠가는 돌고 돌아 버스는 다시 온다고.


이미 흘려버린 시간들을 어찌할 수는 없다.

다만 앞으로 어떤 버스가 올진 모를 일이니 같은 버스를 탈지, 다른 곳으로 향하는 버스를 탈지는 일단 두고 볼 일이다


답답한 맘에 잠들지 못해 뒤척거리는 수많은 밤 중,

오늘은 그래도 그간 멈춰있던 것 중 하나를 다시 가동하는 것으로 위로한다.


오늘도 이렇게 스스로를 어쩌다 보니 또 다독거려주고 있다.

(이런 찐사랑둥이 같으니라고... 쯔)


앞으로 4시간 후 출근을 해야 하니 이제는 좀 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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