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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Sep 08. 2022

이작 펄만

바이올린 소리

45세를 넘어선 46세가 되자 마음에도 채워야 할 소리가 있다는 욕구를 느낀다.

그래서 유투브를 검색하며 기웃댄다.

영화 ost 조금, 카페 음악 플레이리스트 조금, 마음이 텅 빈 것만 같아 asmr 까지 듣다 이내 만다.

역시 새소리가 제일일까.

'새소리 만큼의 다른 소리를 듣고 싶다!'

나이가 들어가니 이상해진다.

전혀 듣지 않던 클래식이라도 들어볼까 하고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클래식 수업에 앉았다.

내 일정과 겹치는 날들이 많아 번번이 빠지면서도 갈 수 있는 날은 가서 앉아서 눈을 감고 듣는다.

듣기만 한다.

까막눈이 책을 펴 놓고 읽는 것처럼, 까막귀 듣기다.

음악이 끝나면 강사님은 "너무 좋지요~!" 라며 황홀해 하신다.

저 황홀경이 궁금해진다.

ㄱ,ㄴ,ㄷ, 배우는 사람에게 노벨문학상 받은 작품을 내밀며 어땠냐고 묻는 기분이랄까.

그러다 그러다 어느날,

귀로 들어와 단숨에 내 마음까지 소리의 길을  내버린 연주자를 만났다.

이작 펄만.

그날의 수업은 "아름다움의 극치, 모차르트" 였다.

모차르트의 곡을 이작 펄만이 비올라와 파트와 함께 연주했다.

'음악이 이랬어?'

아름다움이 보고 싶어 여행을 하며 헤매고 다니지만 음악은 앉아서 눈만 감고도 듣기만 해도, 선율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는 걸 난생 처음 느꼈다.

'음악은 이랬다!'

이작 펄만의 바이올린 소리는 뭐랄까,

현으로 내 마음의 울림통을 켜고, 연주하며, 떨면서 울리게 한다.

그 전의 내 마음은 기쁜 구획, 슬픈 구획, 등 감정의 뭉치 뭉치로 나누어진 덩어리였다면 이작 펄만의 활은 작고 섬세하게, 정확한 위치에서 마음 한 가닥이 흐음, 하고 깨어나는 신호를 잡아냈다.

활 하나로 온 마음 가득, 음표가 가진 소리들로 새로운 우주를 창조해 주었다.

중년이 되어 가는 내 가슴에 새로이 들어와 46세의 마음을 채워주는 이작 펄만의 바이올린 소리,

도서관에서 난생 처음 들어본 아름다운 괄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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