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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아시스 Sep 26. 2022

상주 작가

곡선의 세계에서 직선의 세계로

직장 생활은 결혼 전 잠깐 다닌 출판사 경력이 다다.

그리고 20년이 훌쩍 흐르고 난생 처음 도서관 상주작가가 되어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건물이 있고 출근 시간이 있고 퇴근 시간이 있었다. 사이 시간은 내 일을 해야 했고 도서관의 각 위치에서 각자의 일을 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룰이 있는 안정된 세계였다.

참 낯설었다. 내 작업실도 처음이다.

새벽에 일어나 책상에 앉아 글을 쓰던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뒤 까페에서 쓰던지, 느지막히 자유롭게 도서관에 가서 쓰던지 내 맘대로 시간을 굴리고 내키는대로 공간을 골라잡던 성향의 내가 곡선의 세계에서 직선의 세계로 갈아탔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몸이 힘들었다.

'왜 직장인들은 회사 끝나고 집에 가서 퍼진다고만 할까? 새로운 취미활동이랑 다른 배움거리들을 찾아서 즐겁게 살지!'

푸념을 늘어놓는 직장인들을 보며, 전에는 이런 마음이었다. 뭣도 모르고!

앉아있기만 해도 집에 가서 퍼질만한 충분한 이유였다. 누가 스트레스를 주는 것도 아니고 성과를 내야하는 결과 지상주의도 아닌데, 힘이 들었다.

그렇지만 몸은 또 적응을 잘 해 간다.

오전에는 계획한 동화를 완성하고자 쉬엄쉬엄 자판을 두드렸다. 생각이 안 떠올라 멍하니 있다 한 문장을 후다닥 쓰고 다시 멍하니 창 밖을 보다 한 문장 휘갈기며 손가락을 튕겼다.

도시락을 싸 온 날은 10분 안에 먹고 도서관 근방을 산책하며 걷고 동료들과 함께 먹는 날은 맛집에 가서 배를 불리고 까페를 들려 맛있는 커피까지 먹고서 돌아왔다. 동료들과 하하호호, 웃는 소일거리들이 직장 생활의 달디단 꿀타임임을 알아가면서 상주 작가의 일도 재미있어 졌다.

그리고 내가 해 보지 않았던 일들, 가족 계절 그림책 만들기 수업을 해야 했고 저학년 문해력을 위해 읽고 쓰는 수업을 정기적으로 해 나갔다. 그 밖에도 작가로서 경험하지 못 했던 일들을 경험하면서 난생 처음으로 내 자신에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난 내 한계까지 가 본 적이 없구나. 힘들다고 내내 엄살만 피우고 살았네. 일이란 건 돈을 벌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내 자신이 나를 데리고 한계까지 밀어 붙이며 가는 일이기도 하구나. 한계를 넘어가면 기다리고 있는 또 다른 나를 만나는 경험이기도 하고. 나는 어디까지 가 볼 수 있을까? 그곳에서 난 어떤 나를 만나보게 될까?'

궁금해졌다.

오랫만에 46세에 월급을 받으며 직선으로 뻗어가는 세계의 괄호를 열고 닫아 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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